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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염없이 침잠한다.
호흡 사이에 침묵이 또아리를 틀었다. 녀석이 그 자리에 앉은 지는 퍽 오래되었다. 진흙덩이마냥 꿈질대던 침묵은 조금씩 몸집을 불리더니 어느새 너와 내가 있던 자리마저 감싸 안았다. 우리는 제 입으로 내어 놓은 고요에 몸을 맡긴 채 부유했다. 네 입과 내 눈에서 하염없이 침묵의 파편이 흘러 녀석의 덩치를 불렸다.
네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뻗었던 손이 침묵에 잘려나갔다. 잘린 손목에서 뚝뚝뚝 떨어진 집착이 네 옆으로 기어가 눕는다. 나는 너희를 내버려두기로 한다.
네게서 벗어나며 나는 하염없이 침잠한다. 내가 있을 자리였던 네 곁에는 내 미련만 남았다. 너는 손을 뻗지 않을 것이고 그러므로 무엇도 잘리지 않으리라. 나는 잘린 손목을 움켜쥐고 네게서 멀어졌다. 뒷걸음질 치는 발 끝에 꼬리표가 늘어붙었다.
꼬리표에 붙은 이름은 포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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