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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어제는 비가 내렸어요. 지하철역을 빠져 나오는데 입구에 사람들이 먹구름처럼 몰려 있는 거예요. 누군가는 전화로, 누군가는 노란 말풍선 위를 바쁘게 손가락으로 두드리면서 어딘가에 분주히 말을 걸었죠. 있죠, 아저씨. 갑작스럽게 비가 오기 시작할 때 우산을 가져와줬으면 싶은 사람이 내 인생에 가장 필요한 사람이래요. 쿠폰북의 심리 테스트에서 그렇게 말했어요. 저마다 자신의 인생에서 지팡이처럼 짚고 있는 사람들이 나타날 때마다 사람들은 우산을 나눠쓰고는 빗속으로 달려갔죠. 나는 근처 커피숍의 와이파이를 간신히 잡아가며 캔디를 부쉈어요. 아저씨는 가끔 나에게 하트를 보내요. 아저씨가 보낸 하트로 나는 젖어버린 계단 위에서 사탕을 부수고 있어요. 내가 준 서른 개의 하트도 아저씨에겐 아직은 별로 필요하지 않은 거겠죠.사랑이 많은 아저씨, 사랑이 넘치는 아저씨, 그래서 항상 나를 사랑해주는 사랑스러운 아저씨. 오늘 밤에도 우리는 만날 거예요. 티셔츠가 흠뻑 젖어 속옷까지 비치는 나를 위해 아저씨는 어른스럽게 말을 걸어 주겠죠. 왜 이러고 있니? 물어보면 나는 오들오들 떨면서 이렇게 대답할 거예요. 아저씨를 기다렸어요.

 

아저씨, 사랑이 많은 아저씨. 당신은 언제나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얼굴을 해요. 듬성듬성 빠지기 시작한 머리 위에 덧대놓은 가짜 머리를 나는 참 좋아해요. 세상에선 똑똑하고 대단한 당신이 꼭 짠내를 잔뜩 품은 장독대 같아서, 그 가짜 머리가 당신의 뚜껑 같아서 나는 고무 주머니로 풍선을 불며 침대 위에서 자지러지고는 했었죠. 나에게 사주는 구두보다 가발 값이 무서워서, 남대문 앞 계곡에서 들이마시는 술 한 잔보다 가발이 더 비싼 것만 같아서 48개월을 할부로 지르고도 어떻게든 하나를 더 챙겨 받는 당신. 무늬 없는 하얀 셔츠와 여름이면 땀이 차서 손수건 없이는 외근조차 갈 수 없는 양복은 당신의 교복 같은 거겠죠? 내 교복은 주인이 없어요. 원래 내 것도 아니었죠. 생각해보면 교복을 교복답게 입어본 적도 없으니 이 교복은 영원히 내 것이 아닐지도 몰라요. 그래도 당신은 내가 예쁘다고 했어요. 교복 입은 내 모습이 예쁘다고, 곱다고 했었죠. 나도 교복 입은 당신이 좋아요. 땀이 많은 아저씨, 얼굴이 자주 빨개지는 아저씨. 아침이 밝기 전에 등을 돌려 후다닥 달아나는 그 소심함도 나는 좋아요.

 

아저씨, 사랑이 많은 아저씨.나는 오늘 사진을 찍었어요. 아저씨, 당신은 사랑이 너무 많아서 내 몸 어딘가에도 자그마한 하트를 보내주었죠. 당신이 읽지 않은 서른 개의 하트처럼 이것 역시 당신에겐 별로 필요하진 않을 거예요. 하트가 조금씩 간질거릴 때마다 나는 사탕을 하나씩 깨물어 보기로 했어요. 당신은 오늘도 나를 찾아오겠죠. 그러고 보면 당신의 키는 조금씩 달랐는데, 왜 당신에게선 언제나 같은 냄새가 났던 걸까요.

오늘은 비가 와요. 장마라더니 내 몸은 마를 줄을 모릅니다.

사랑하는 아저씨, 사랑이 많은 아저씨.

이 아래로 구두 좀 던져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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