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 발끝마저 잠긴 찰나였다. 정신이 들었을 때에는 이미 가라앉고 있던 중이었다. 밑으로, 다만 한없이 밑으로. 헤어 나오려 발버둥 쳐도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팔을 휘저을 때마다 작은 기포들이 손가락을 스쳐 위로 올라왔다. 반면에 나는 마치 물을 잔뜩 먹은 솜 마냥, 그저 바닥으로 무겁게 잠기어 갈 뿐이었다. 미처 내뱉지 못한 숨이 목 끝에 턱하니 걸렸다. 점점 온 몸을 죄여왔다. 눈꺼풀을 질끈 내리 감았다가, 다시금 느릿하게 들어 올렸다. 부옇게 흐려진 시야가 불현듯 닿지 않을 수면을 향했다. 따갑게 내리쬐는 햇볕이 수면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지고 있었다. 그 파편들이 비 오듯 바다 아래로 샛노랗게 쏟아져 내렸다. 눈이 아프도록 부셨고, 갈 곳을 잃은 시선 끝이 여기저기를 헤매다 결국에는 바닥을 향했다. 햇볕의 얇은 파편 한 조각조차 닿질 못해 그저 어두컴컴할 뿐인 심해 끝. 종국에 나는 저 아래에서 시리게 죽어갈 것이라는, 그러한 예감이 문득 들었다. 조금 울고 싶어졌어. 그러나 눈물은 끝끝내 나오지 않았다. 대신에 다물린 입 틈새를 비집고 스며들어 온 바닷물이 눈물마냥 짜디짰다. 눈을 다시금 감았다. 짙푸른 빛이 감긴 두 눈동자를 에워쌌다. 이마저도 눈이 부셨으나, 나는 달갑게 받아들였다. 곧 이마저도 잃을 터였다. 심해에 깊이 잠겨, 어둠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얼마 안 가 영원히 잃게 될 것이라, 조금이라도 더 두 눈에 새겨두기 위해. 나는 이 바다의 정체를 알아. Feel blue. 나는 우울해요. 이 짙푸른 색상은 나의 끝없는 우울이었다. 너를 붙들고 있는 내내 품고 있던. 끝내는 너를 놓게 만들고야 만, 빌어먹을 짙푸름. 전신을 에워싸는 시린 우울을 나는 차마 견디다 못해 그대로 몸을 던지고야 말았다. 아마도 나는 영원히 밑바닥에서 헤어 나올 수 없을 것이다. 그럴 수 있다고 한들, 그러고 싶은 의지조차 없었다. 나는 결국 참고 있던 마지막 숨마저 토해냈다. 폐가 잘근잘근 짓눌리는 기분이 들었다. 수명을 다 한 전등마냥 시야가 까맣게 점멸하고, 이윽고, 이윽고….
다시 눈을 떴을 때에 나는 여전히 어둠 속에 누워 있었다. 작은 어항 속으로 쏟아지는 희끄무레한 달빛이 고동 없이 잔잔한 수면에 부딪혀 천장에 엷고 희미한 물그림자를 띄웠다. 시곗바늘은 이제 막 새벽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꿈이었을까. 그러나 단순히 꿈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아직까지도 손끝이 차게 젖어 들어간 감각이 생생하게 남아 맴돌았다. 혹은 지금 이 순간이 꿈일까. 죽기 직전에 꾸는, 주마등과도 같은. …하기야, 지금에 와서는 어느 쪽이든 어떠랴. 나는 더 이상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팔로 두 눈을 가렸다. 어차피 네가 없는 나는 텅 빈 것이나 마찬가지일 지언데. 사실은 한 가지, 거짓말을 했어. 실은 하나가 아닐지도 모른다. 너는 나의 일상이었으며, 호흡이었으며, 그리고 동시에. *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내게로 밀려오라. 네가 옆에 있어준다면, 나는 그 빌어먹을 짙푸른 우울마저도 끌어안고 살 자신이 있었다. 지금에 와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겠지만, 그럼에도.
* 이정하, 낮은 곳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