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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국의 밑에는 시체가 묻혀있대. 흔하디흔한 괴담은 학교 내에 은밀하게 퍼져나갔다. 얼마 전에 일어난 사건 때문이었다. 학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나이 든 교사들은 그 소문이 퍼지는 것을 막을 생각이 없어 보였고, 소수의 젊은 교사들은 되려 학생들과 함께 괴담에 대해 떠들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후에 들려온 괴담은 예전에 비해 꽤나 구체적인 형태를 띠고 있었다. 이번 달, 비가 오는 목요일. 오후 6시 후에 A 상가 옆에 있는 나무수국을 지나가면 누군가가 이름을 불러올 것이다. 그리고 그 부름에 대답하면 끌려간다.
 …어디로? 묻고 싶었으나 굳이 입을 열지는 않았다. 귀찮았다. 어차피 몇 달이 지나면 불꽃처럼 사그라들 이야기였다. 그리고 내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이번 달에는 단 한 번도 비가 오지 않았다. 학생들은 뭐야, 하는 반응이었다.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이제 신경 쓰는 이가 없었다. 한 달이 더 지났다. 괴담은 사라졌다. 그리고 사건은 다시 일어났다.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무미건조한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바로 몇 시간 전 일어난 살인사건에 대해 설명했다. 경찰은 이것을 두 달 전 발생했던 살인사건을 모방한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저런 쓸데없는 짓을 하고 싶을까? 아, 먹을게 다 떨어졌다. 싱크대가 붙어있는 벽에 조그맣게 난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핸드폰을 집어 날짜를 확인했다. 2016년 8월 18일, 목요일. 오후 5시 50분. 하필 시간이 이래도. 학교에 은밀하게 퍼졌던 괴담을 떠올리고 머리를 긁적이다가 슬리퍼를 대충 신었다. 문가에 세워 뒀던 장우산을 들고 현관문을 열었다. 팡. 우산이 경쾌하게 펴졌다. 우산을 두들기는 빗방울 소리가 요란하다.
 아파트에서 A 상가까지는 5분 정도가 걸린다. 그리고 나무수국을 지나가야 한다. 상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5시 59분. 톡, 톡, 톡, 투두둑. 빗방울이 더 굵어졌다. 발걸음이 절로 빨라졌다. 나무수국이 보였다. 붉은색의 수국들이 탐스럽게 피어있다. 몸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왠지 모를 한심함에 한숨을 쉬었다. 나무수국을 지나쳤다. 아, 역시 괴담은 괴담일 뿐이지.

​

 "OO아."

​

 발걸음이 멈췄다. 투둑투둑. 굵은 물방울이 우산에 부딪혔다가, 힘없이 천을 타고 흘러내린다. 어느새 발끝이 흠뻑 젖어있었다. 방금, 누군가가, 내 이름을?

​

 "OO아."

​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하늘에서 하염없이 쏟아지는 빗방울만 잔뜩이었다.

​

 "OO아."

​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나무수국의 아래. 아래에서?
 빗방울을 잔뜩 맞아 아롱거리는 푸른 이파리와 탐스러운 붉은색의 수국 사이로, 나무수국의 뿌리 부근이 보였다.
 새하얀 손가락이 비죽, 튀어나와있었다.

​

 "OO아."

​

 한 걸음 물러섰다. 피곤해서, 헛것을 듣나?

​

 "나야, XX."

​

 …대답을 하면, 끌려간다고 했지. 다시 고개를 돌리고 발을 옮겼다. 헛것이다. 헛것을 듣는 것이다.

​

 "네가 나를 상실하게 만들어서 그걸 채우러 온 거야."
 "어디 가?"
 "OO아."
 "그 때처럼"
 "날 상실하게 만들 거야?"
 "OO아."
 "OO아."
 "OO아?"

​

 지난 6월 15일, XX 빌라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었던 A 씨가 오늘 오후 7시, 본인의 아파트에서 목을 매단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가 최근 용의자 혐의로 인해 심한 압박감과 스트레스,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고 이는 경찰과 언론의 과한 몰아가기 때문이 아니냐는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현재 경찰 측에서는 이에 대해 아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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