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언제인지 모를 옛날, 어디인지 모를 곳. 한 영주가 다스리는 영지가 있었습니다. 그곳의 영주는 무척이나 아름다운 사람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그 몸에 병을 품고 살았답니다. 의사의 판단에 의하면, 그녀의 수명은 남들보다 훨씬 짧을 것이며 평범한 약으로는 구할 수 없을 거라고 합니다. 잘못 만들어진 촛불과도 같아서 그저 꺼질 때까지 호로록거리는 게 다인 목숨. 마치 이야기 속에서 나올 법한 비극적 요소였습니다. 시민들은 모두 영주를 가엾게 여겼고, 영주는 그들의 감상과 환상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가신들은 그녀가 아닌 그녀의 아버지에게 몸을 의탁했고, 영지는 그들에 의해 다스려졌습니다. 곧 죽을 사람이니까. 어디 아프신 분이니까. 이유를 붙이려면 너무 많아서 그리 고를 필요도 없었겠지요. 그들은 영주 아가씨가 무엇을 하든, 무엇을 바라든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하찮은 동정일 수도 있고, 번거로운 건 건드리지 말자는 계산일 수도 있지만, 어쨌건 그 덕분에 영주는 머리 아픈 숫자 셈이며 사람의 마음 따위를 헤아리지 않고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저 물 위로 기울어지는 그림자 역할에만 충실하면 되는 것.
존재하는 것으로 장식될 것.
지기 전의 꽃은 볼품없다는 말이 있었지만 그녀만큼은 달랐습니다. 저물어 가는 사람 특유의 창백한 피부, 아래로 푹 떨어지는 분위기, 느릿한 발걸음,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는 보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뒷목을 울리게 하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지요. 몇 사람들은 그녀가 마녀의 기질을 타고났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걸리는 것 하나 없이 자유로우며, 일반인과는 아주 성질조차 다른 여자들의 한 일원. 물론, 소문은 소문에 불과합니다.
그녀는 아주 조용히 욕심을 부렸고, 무언가를 수집했습니다. 그것을 늘어놓기도 했고, 처분하기도, 그것에 흠뻑 젖어 있기도 했겠지요. 여기까지 순탄하게 이야기를 따라온 독자라면 의구심을 갖겠지요. 허약한 영주님. 장식처럼 박제된 그녀인데, 어떻게 그 주위를 채워 넣는게 가능할까요?
2.
오직 유일하게 움직이는 그녀의 손이 하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영주 나이 또래의 소녀도 아니었고, 얌전히 시중을 드는 이도 아니었습니다.
그 청년.
사람들은 그를 영주의 손이라 여겼습니다. 오직 그녀만을 통해 움직이는 자였으니까요. 성 안을 자유롭게 누비며, 영주를 제외한 그 누구의 명령도 듣지 않는 사람. 하지만 권력을 휘두르지 않고 조용히 그녀의 손짓에 휘감기기만 하는 사람. 충성심이 강한 걸까요? 여하튼, 그에 대한 소문은 많고도 많았습니다. 잘못 꺾여 그대로 굳어진 뼈처럼 점점 더 굳기만 했죠. 누구는 그를 도축자라고 불렀고, 설계사라고도 했고, 영주의 총애를 받은 행운아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몇 대 전에는 그럴싸한 가문의 자식이지만 전 영주에 의해 가문이 박살나고 신분을 깨끗하게 씻겨졌다는 소문도 있었지요. 정체도 모르는 놈치고는 상판이 반반하고, 행동거지가 거칠지 않았고,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영주는 그 청년만은 곁에 두었습니다. 그 건에 대해선 영주와 그 청년만이 알았지요. 혹은, 아는 사람들은 모조리 입을 다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청년은 오랜 시간, 성의 구석진 지하에 존재하는 비밀 작업실에 있다가 나오곤 했는데 그때마다 그 가죽 앞치마에는 피가 묻어있기도 했고, 무언가에 긁혀 있기도 했습니다. 그가 움직일 때 마다 영지 안의 누군가, 혹은 감옥의 누군가가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영주님은 오랜 시간 욕실에서 나오질 않았지요.
영주는 그가 꽤 다양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압니다. 무언가를 꺾고, 뒤섞고, 이어 붙이는 데엔 천재나 다름없지요. 자연적인 것을 인공적으로 뒤틀어 버리는 것. 꿰매고 조리고 다듬는 것. 어쨌건, 순리를 따르는 사제님들이 보기엔 그리 아름다운 일 만은 아니겠지요. 영주도 청년도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리하여, 그러던 어느날이었습니다.
3.
누군가가 영주에게, 자신이 신비한 존재를 보았다고 일렀습니다. 들어보니 그는 영지의 끄트머리. 구석 변두리 해안가에 사는 이였습니다. 성의 실세는 전 영주라는 것을 몰라서인지, 아니면 그런 류에 관심을 보이는 건 현 영주 뿐이라는 걸 아는건지. 우연인지 고의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잘 찾아온 일이지요.
인어에 대한 전설은 다양합니다. 그만큼 신빙성있게 남아 있는 건 하나도 없는 미지의 영역이지요. 고기를 먹으면 불로장생을 누린다는 소문이 있었고, 울면 진주가 되어 떨어진다 하기도 하고, 그 피에 몸이 닿으면 그 자리에 비늘이 돋는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혹은, 닿기만 해도. 어쩌면, 그 생물에게 미움을 받으면 저주받게 된다는 말 조차 있었지요.
마치 처음 발견한 것을 먹어보지 않으면 모르듯, 그것도 그런 종류의 생물이었습니다. 가까이 하는 게 좋을지 조차 알 수 없는 미지의 보상.
영주는 약간의 확인 작업을 걸친 후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그것을 거두었고, 손님에게는 많은 포상금을 내려 주었습니다. 이 일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마라는 경고이기도 했지요. 영주는 손님을 돌려 보낸 후, 그녀의 손을 바로 불러내었습니다.
4.
하반신의 꼬리 지느러미에 물기가 없으면 기력을 잃는다는 건 사실인 모양입니다. 영주의 지시대로 청년이 가장 먼저 실험한 것은, 정말로 인어가 물속에서만의 생물인지를 파악하는 것 부터 였습니다. 양쪽에서도 문제없이 살 수 있는 생물이라면 시시할 것 같으니 신비종으로서 대우할 가치가 없다는 말씀이었지요. 청년은 그저 시킨대로, 납작한 나무 판자를 깔고 그 위에 인어를 놓았습니다. 그 어떠한 조언도 올리지 않았습니다. 손에 들어온 이상, 그것은 영주의 것이었으니까요.
그것의 살결은 인간이 가질 수 없을 정도로 창백한 밀랍색에, 처음 올려질 때 부터 천으로 눈을 가리고, 재갈로 입이 막혀 있었습니다. 청년은 질 좋은 수면 마취약을 그것의 온 몸에 문질러서, 스트레스로 죽는 일이 없도록 몽롱한 상태로 두었습니다. 작고 붉은 열매를 일일이 으깨고는 여러가지 것들을 섞어 굳힌 연고에선 달콤한 향이 났지요. 사랑스러워졌구나, 영주가 말했습니다.
"아무래도, 몸에 물기가 없으면 곧 죽을 것 같습니다. 숨도 그렇고, 반응자체가 점점 약해지고 있습니다만, 방치할까요?"
꼬리 지느러미의 비늘이 탁하게 올라오고 있는 것을 손으로 살짝 훑어본 청년이 일렀습니다. 영주는 시계를 보면서, 그 생물의 수명이 얼마나 짧을 수 있었는지를 확인하고는, 그것에게 물에 담궈 두라고 명령했습니다. 청년은 눈을 몇 번 끔뻑이고는, 해체용 톱을 내려 놓았습니다.
5.
"네가 둘이었으면 좋았을 걸."
"그 점에 대해선 어떻게 해드릴 수 없으니 유감입니다."
"반으로 나누고 싶어도…, 온전히 붙어 있지 않은 한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을테고."
"하시는 말씀대로입니다."
청년은 그로부터 며칠 간, 인어를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영주의 명령이 있었기 때문이죠. 다시금 원래의 윤기를 찾을 수 있도록 말이에요. 그동안 영주의 발치엔 몇 권인가 하는 책이 차곡히 쌓이기 시작했지요.
상체는 여인의 것. 하체는 물속에 사는 생물의 것.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인어는 인간과 달랐습니다. 까맣고 반질거리는 눈을 깜빡이던 그것을 떠올리며, 영주는 책장을 넘겼습니다.
그것은 인어임을 인정받았기에, 조금 더 길고 깊은 욕조에 머무를 수 있는 허락을 내렸습니다. 아마, 갑자기 죽어버렸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겠지요.
애초에, 영주의 목숨보다 더 빨리 죽어버린다면 그건 정말 하루살이보다 못한 가치네요.
수많은 추측과 미신들이 섞인 거짓말들을 즐겁게 읽던 영주가 책을 덮고는 바닥에 얹고 일어섰습니다. 필자의 추측에 따르면, 인어가 상대에게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그 고기나 눈물, 그것이 가지는 효력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 같았습니다. 정말로 말도 안되는 얘기였지요. 하지만 흥미로운 얘기였습니다. 생각할 수 있는 만큼, 인지하는 감정의 가짓수도 늘겠지요. 상대에게 가지는 마음을 분명히 하기 위해선 그것의 머리에 뭐라도 집어넣어줄 필요가 있었답니다. 영주는 인어의 세계를 조금 더 넓히기로 했답니다. 애매한 표정으로 제 말을 듣는 청년도 볼거리였고 말이지요.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가봐야 겠는걸."
인어의 주인은 영주였기에, 하루에 한번씩은 꼭 찾아가 얼굴을 보이곤 했지요. 주인을 착각하는 일 만큼 곤란하고 기분 나쁜 일은 없으니까요. 인어는 잘 사육되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은 순탄하기 그지 없고, 또…….
"……."
한 걸음 겨우 내딛었을 뿐인 움직임이었는데 명치 쪽이 꽉 죄여드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주는 아주 천천히 숨을 고쳐쉬며, 바닥에 주저 앉고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꽉 뭉친 덩어리들이 울컥, 올라올 때에 그걸 받아낼 천자락이 없어서 옷 위로 뚝뚝 떨어졌습니다. 목 안에 도톨하게 쏟은 가시가 이젠 꽤 익숙했겠지요. 영주는 깊이, 깊이 고개 숙였습니다. 오늘 인어를 보러 가는 시간은 조금 늦어질 것 같군요. 그녀는 모든 탁한 피를 빼낸 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새 옷으로 갈아입고 청년이 한 뭉치 두 뭉치 엮어 올린 꽃바구니를 들고 갈 것 입니다.
영주는 피를 토한 만큼, 몸이 가벼워진 만큼, 꽃냄새가 나는 향물을 몸에 바르고 꽃바구니를 들고 꽃으로 장식했지요. 습관을 떠나 집착 같은 버릇이었습니다.
6.
살아서 행복, 죽어서 고통.
살아서 고통, 죽어서 행복.
지금보다 더 예전, 전 영주가 현역으로서 직접 이곳을 다스리던 시절의 이야기 였습니다.
그 부인은 유명한 약제사로, 사람을 치료하는 일을 해주던 이였습니다. 명성이 드높아지자 여러 소문이 섞여서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마녀가 나타났다, 는 소문이 그것이었지요. 영주는 떠도는 말만으로는 신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직접 제 영지의 촌 변두리까지 내려가 약제사를 만나려 했습니다.
그리고 맞닥뜨리는 순간, 영주에게 있어선 그녀가 과연 마녀였는지 아니었는지 그런 것은 전혀 상관없어져 버렸지요. 그는 출신도 수상한 그녀의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래요. 한 눈에 반해 청혼한 것입니다. 주위의 가신들이며 마을 사람들이 경악하며 아무 말도 못할 때, 처녀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자신에게 뻗은 손 위에 그 손을 얹었었지요. 그 광경을 겁먹은 얼굴로 보던 마을 사람이 나서려고 했지만 영주의 눈치를 본 가신들에 의해 제지당해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머니는 마녀가 맞으셨을거야."
"왜 그렇게 생각하시지요?"
"그 후로도 소문이 있었거든. 어머니께서 물레로 금실을 뽑아내셨다고. 그리고, 잘린 말의 목을 땅에 묻는 것도 누군가 보았다나."
"잘못 본 거 아닐까요. 그냥 모함하는 거던가."
"어머나, 무엄해라. 물론 못들은 척 해주마."
아버지는 어머니를 사랑하셨기 때문에, 그 영지에서 거뒀던 신비로운 생물을 잡아다가 그녀에게 먹게 하셨답니다. 상체는 사람에 하반신은 새인 생물이었지요. 날개를 자르고 깃털을 뽑고 잘 손질해서 수프로 만들었다고요. 그게 몸을 튼튼하게 만들어 줄거라 믿었기 때문에.
하지만 효과는 그 반대 였습니다. 어머니는 뱃 속의 아기가 지닌 체질이며 병같은 것에 버티지 못하셨는지, 아이의 첫 울음소리와 함께 눈을 감으셨지요. 소녀는 그렇게 태어났답니다. 가진 자의 딸로 태어나 누리면서 지낼 수 있었는데 영 평탄하지를 못했지요.
"세상에서 하나 있을까 말까한 특이한 체질입니다요……. 이 아가씨는 축복 받은 듯 살겠지만 저주받은 것 처럼 죽지도 못하겠네요……."
몸에 있는 독한 것들이 독한 것들을 서로 죽이고 있기에 늘 괴롭고, 더한 독한 것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소녀를 계속 계속 살려둔다는 얘기였습니다. 한참을 진찰하던 명의가 식은땀을 흘리며 영주에게 고하는 그 순간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겁니다.
"아가씨가 성인이 되기 전에 죽는다면 다행입니다. 하지만 그걸 넘겨 버리면, 이 세상 약으로는 죽을 수 없게 되어버려요. 게다가, 어쩌면, 가능성의 얘기입니다만…. 늙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
"칼로 베거나 태우거나, 목을 조르는……. 그런 물리적인 수단이 아니고서야, 아가씨는……. ……계속 살아서 고통스러우실 겁니다. 아마, 그, ……저주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소녀의 가슴 위 쪽엔 꽃송이, 혹은 퍼진 물자국처럼 보이는 멍이 들어 있었습니다. 꼭, 큰 새가 발톱으로 집어 올린 후유증처럼 보였지요. 명의는 연신 죄송하다고 중얼거리며 장갑을 낀 손으로 소녀의 흉터들을 매만졌습니다. 꾹 눌러보기도 하고, 비벼 보아도 그것은 변하지 않았지요. 명의는 깊게 한숨을 쉬었습니다.
혹시 모르니, 건강한 생피나 신체에 많이 닿게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될지 모른다고 의사가 조언했습니다. 그런 전례가 있었다고 하네요. 살아 남기엔 꽤나 가혹한 조건이었지요.
"그럼, 이 사실은 평생 비밀로……."
"네, 당연한 말입죠. 저는 오늘 휴가라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요."
영주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의사에게 큼직한 가죽 주머니를 넘겨 돌려보냈습니다. 문이 닫히자마자 금방 조용해졌고, 영주가 그 침대 옆에 앉아 어린 제 딸의 이마를 짚었습니다. 가엾기도 하지. 이렇게 어여쁜 걸.
영주는 작게 중얼거리며 어린 볼을 계속, 계속 어루 만졌습니다.
"…그래도 약속 하나 하마. 네가 바란다면, 내내 누리게 해주마. 그것이 뭐든 간에."
사실, 소녀가 그렇게 된 건 무지한 아비의 죄이기도 했지요. 속죄라도 되는 걸까요?
7.
그리고 세월이 흘러, 아버지는 뒤에 물러나 여전히 일을 하며 죄를 갚아고, 딸은 영주 자리를 물려 받게 되어 그늘 속에서 살았지요.
지금도 여전히 그 멍은 꽃처럼 피어 있었습니다. 면적은 넓어졌지만 그 색이 옅어지진 않았죠. 영주의 손이 그 흉측한 것들을 가렸습니다. 봉긋 솟은 맨 가슴 위를 꾹 눌러도, 가려지지가 않았지요.
"아프십니까?"
청년이 물었습니다.
"아니."
영주는 웃으며 아래로 살짝 내려가 있던 옷을 추스렸습니다. 막 드러낸 맨 어깨위를 얇은 천이 덮었습니다.
"그것보다 먼저 해야 하는 말이 있지 않을까?"
청년은 희한한 말을 들었다는 듯 눈을 깜빡이다가 깊게 숨을 내쉬었습니다. 한숨소리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힘이 빠지는 소리같기도 한 호흡이었지요. 영광이었습니다. 청년이 고른 말은 그것이었고, 영주는 유쾌하게 웃었습니다. 시시한 남자네, 하고.
최근엔 특별한 목욕을 하지 않은지 오래 되었습니다. 제 목숨을 유지 시켜주는 남의 목숨을 소비하지 않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했지요. 영주는 제 팔을 슥 만져보다가 그만 두었습니다. 괜찮았습니다. 쇠비린내든, 물비린내든 어쨌든 제 품엔 여전히 비린 것이 있으니까요. 제 어미의 입에 들어갔던 것 이래에 처음 발견된 신비였습니다.
어딜봐도 운명을 느낄 수 밖에 없었지요. 하나 남은 동앗줄일지도 몰랐습니다.
8.
조금씩 기울어지는 달처럼.
인어의 눈은 밤하늘을 닮았고, 그 입안과 혀는 새벽 하늘을 닮아 조금 푸르렀습니다. 혀 끝은 둥글었고, 그리 얄팍하진 않았지요. 청년은 인어의 혀가 인간의 것과 거의 흡사하다고 전했습니다. 낯이 익지 않은 곳이라 오래동안 숨겼지만 발성도 무사히 되는 모양이라고요.
영주는 조금씩 어둑해지는 저녁, 책장 사이를 열고 바닥에 깔린 문을 열고는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오늘은 청년도 그녀의 심부름 탓에 성을 비우고 있으니 인어의 곁엔 아무도 없을 겁니다. 길게 바닥에 드리워지는 옷자락은 얇은 나방의 날개를 찢는 소리처럼 사락이며 이어졌습니다.
"……."
아직, 영주는 인어의 목 울음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한 손에 초를 하나 들고 차근히 계단을 내려가 문을 열었습니다. 참방, 하고 물소리가 났지요.
"안 자고 있었구나."
"……."
"아니면 내가 깨운걸까."
사람은 물에 젖으면 볼품없어지는데, 인어는 달랐습니다. 영주는 한 손에 들고 있는 초를 탁자에 내려놓은 후, 욕조의 옆에 놓여진 의자에 앉았습니다.
"넌 얼만큼 살까?"
영주는 인어에게 인간의 말을 가르치게 시켰답니다. 인어가 그만치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는지는 몰라도, 그게 어떤 헛수고라도 상관없었습니다. 영주는 더한 헛수고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까요.
인어는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영주의 손이 인어의 맨 등에 닿았다가 아래로 쭉 내려갔습니다. 젖어서 미끌거리는 등이었지요. 인어는 조금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만, 그 손은 지느러미까지 꼼꼼히 흝었습니다.
"여기다가 진주를 한 알씩 박아줄게. 레이스처럼 말이야."
"…ㅡ."
"예쁠거야."
"ㅡ."
"……."
인어가 입을 움직였습니다.
"예, 뻐."
영주는 아주 잠시 말을 하지 않았고,
"예……뻐?"
지느러미를 만지던 손이 멈춰있다 다시 움직였습니다. 살짝 쥐기만 해도 인어는 불안한듯 눈을 깜빡였습니다. 자신이 한 말의 의미를 알기나 하는 걸까요? 이 물에 사는 멍청한 생물은.
"…응, 예쁘네."
영주는 다른 손으로 인어의 턱을 받치고 살짝 고개를 위로 향하게 했습니다. 새하얗게 반짝이는 비늘 닮은 피부. 묘하게 갈라질 것 같으면서도 매끈하게 이어진 그것을 손톱 끝으로 콕콕 눌러서 그리고 덧새기면 어떤 기분일까요? 그때, 인어가 무언가 말했습니다.
청년의 이름을요.
영주가 그 모든 생각을 했을지 알 수 없었습니다. 원래 그녀는 자기 생각을 헛되이 뿌리는 여자가 아니거든요.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너에게 꽃을 엮어 화관을 씌워줘야겠구나, 하고 말하고는 인어에게 입을 맞추었습니다.
비린내.
그리고, 생각보다 부드러웠습니다.
조용하게. 그리고 부드럽게. 무언가 비밀스러운 순간이었지요.
….
……!
!
인어는 경련하듯 몸을 떨었습니다. 욕조를 짚은 손이 푸들푸들 떨렸지만, 그 정도였습니다. 매일 매일 근력을 저하시키는 약을 먹인 보람이 있는 걸까요. 꿈 속에 살듯 아름다운 신비이니 그렇게 대우해줘야 할 것 같지요. 영주는 인어의 혀를 꾸욱 물다가 입을 떼었습니다. 살점까지 뜯어 삼킬만큼의 힘은 그녀에게도 없었습니다. 입안에 도는 묘한 맛에 침이 고였습니다.
인어의 호흡이 부들부들 떨듯 힉, 히익,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영주는 제 이를 혀로 핥고는, 어르듯이 인어의 볼을 만졌습니다.
"기특하게도. 잘 길러졌구나. 바라마지않던 성과야."
"…. ……성과."
"상으로 한 가지 더 알려줄게."
영주는 한낱 존재할 뿐인 신비를 위해 허리 굽혀 그 귓가에 무언가 소근거려 주었습니다. 잊을지도 모르니, 가여운 그것을 위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말했습니다.
"잊지마렴. 그리고, 그때까지 쭉 기다리는 게 좋을거야."
9.
어쩌면 영주는 특별하게 죽고 싶었을지도 모르지요. 죽음에 환상 따위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왜냐하면, 그 생이란 무척이나 고통스러웠으니까요.
계절이 몇 번 기울어졌습니다. 영주의 지독한 변덕 치고는 오래 이어지고 있었지요. 인어는 숨겨진 지하 방에서 위로 끌어올려져, 영주의 욕실로 옮겨졌습니다. 인어는 여전히 권한이 없었고, 청년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영주의 손길에 인어는 겁이 난 표정을 짓곤 했습니다. 본능처럼 소름 돋쳐하는 대신, 고개를 돌리는 것만 겨우 하는 가여운 목숨.
"한 번 봐줄래? 가능한지 어떤지."
영주는 손재주가 좋은 편이었습니다. 방 안에 콕 박혀서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라면 늘상 해왔기 때문인지도 모르지요. 큰 종이에 인어의 모습을 그려놓고는 그 위에 자신이 바라는 것들을 그려 넣었습니다. 기획하는 것이지요. 그것의 몸에 피워내고 장식하는 무언가를.
종이를 보던 청년이 고개를 기울였습니다.
"슬슬 끝낼 생각이신가요?"
"왜 그런 걸 물어봐?"
"아뇨. 보기 드물게 사치스러운 처형법이다 싶어서."
"어머, 실례야."
영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하자, 청년은 자리에 앉아 다시 그림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손끝으로 부위별을 짚어가며 거기에 적혀진 글귀를 읽었지요. 청년은 한 곳에 집중하면 놀라울 정도로 조용해지곤 했습니다. 잠시 숙여진 고개 탓에 표정은 더이상 보이지 않았습니다.
"처음 생각은 안 바뀌셨나 봅니다."
"그래."
테이블에 살짝 걸치듯 앉은 영주가 한 손으로 청년의 머리를 쓸었습니다.
"그 아이한테 네 이름을 알려준 모양이더구나."
"……네. 단어를 가르치다보니."
"재밌네."
청년은 보던 것을 내려다 두고, 잠시 허공을 바라보았습니다.
"할 수 있어?"
"네."
"그래……."
종이에는 꽤나 자세한 사항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자세히 볼 것도 없이, 세공하고 꾸미고 덧붙이고 꿰매는 것들이지요. 영주의 취미이자, 살아서 할 수 있는 수많은 것들 중에서 하나. 영주의 손은 지시문을 반으로 접었습니다.
"영주님."
"그렇게 부르는거야?"
"꽃냄새가 전보다 심해지셨네요."
영주는 가만히 있다가 희미하게 웃었습니다. 기쁜듯한 그 표정을 감히 정면으로 보던 청년이 말을 이었습니다.
"숨막힐 것 같습니다."
"그래? 싫어?"
"제가 호불호를 가릴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은데요."
"정말. 말이나 못하면."
아마 영주의 묘비에도 숨이 막힐 만큼 어마어마한 꽃이 쏟아지겠지요. 영주는 그것을 좋아했거든요. 제 알아서 핀 것들인데도, 그저 꺾는 것만으로도 제 성의는 다했다고 믿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 많았으니까요.
그녀의 손이 청년의 양 볼을 천천히 쓸었습니다. 그리곤, 반듯한 그 이마에 직접 입술을 내렸습니다. 청년에겐 남은 것이라곤 그 기술과, 그 자신 밖에 없었지요.
10.
"그걸 거둬두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전 영주는 시름 가득한 얼굴로 제 딸을 내려다 보았습니다. 늙은이의 손이 영주의 손을 꼭 붙들었습니다. 이제 정말 그만두려고 하는거니? 전 영주가 속삭였습니다.
"…나, 오래 있지 않았나요? 꽤 즐거웠어요."
"너만 바란다면, 더 많은 죄인을 데려올 수도 있어. 지금이라도 여인네를 데려와 무릎을 꿇릴까? 피를 끼얹는 것도 역시 효과를 보았지 않느냐."
"제 욕실은 이미 그 것이 차지했는걸요. 저와 다르게, 그것은 사람의 생피에 약하답니다. 음, 하지만. 그녀에게 끼얹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긴 하네요. 주문에 추가해야겠다."
"그걸 말하는 게 아니잖아."
"당신이 죽고 난 이후까지 살아 있으면, 너무 힘들지 않을까요. 이이상 나를 숨어 살게할 셈인가요?"
"그건…."
"이건 기회예요."
영주가 희미하게 웃으며 속삭였습니다.
"그리고, 살아 있기 보다는 더 알고 싶은 걸 발견해서 그런거니까."
"……."
"기쁘네요. 즐겁네요……."
"그렇다면……내 보물. 너의 뜻대로 하거라."
"응. 고마워요, 아버지."
주름진 손은 쪼글쪼글했지만 부드러웠습니다. 그리고 따뜻했지요.
"곧 이별이네요. 기쁘게 보내줘요. 그래도……. 당신이 바라는대로 난 스스로 내 목을 조르는 짓은 평생 하지 않았었으니까."
유독 몸이 저릿저릿하고 무거운 날이었습니다. 예감 같은 걸까요? 청년이 영주의 명령을 수행할 준비를 하고 있을 시간 입니다.
11.
영주는 흔들 의자에 앉아 그동안 자신이 써둔 일기를 읽어 보았습니다. 거기엔 청년에 대한 것도 써져 있었습니다. 그래, 그녀가 어려 소녀라고 지칭되었을 때의 이야기 입니다.
그는 전 영주의 신하로서, 영지의 변두리 바닷가를 대신 다스리던 이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어디에 가나, 지배자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불온한 세력은 있기 마련이었지요. 그의 아버지와 몇 신하들 또한 그랬습니다. 그들은 작당하여 소문을 퍼뜨리고, 기회만 된다면 영주를 거꾸러 뜨리려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허나 우습게도, 영지엔 전 영주의 편이 많았기에 그 사실이야 금방 들통나고 말았습니다. 전 영주는 제 딸에게 양해를 구하곤, 딸의 부탁을 들어주는 착한 아버지의 탈을 쓰고 그 곳으로 향했습니다. 역도들을 갈아 엎을 군대들은 이미 준비 되어 있었지요. 서로가 서로의 모가지를 노리는 뱀같은 형색이었습니다.
그런 짓을 하지 않아도, 사는 것이 고되었던 소녀에게는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지요. 구실 삼아 마련된 오두막집 침대에 몸을 누이고 있던 소녀의 곁엔 말동무라는 명목하에 소년이 와 있었습니다. 한 눈에 알았습니다. 그는 교묘한 감시역이든지, 아니면 저쪽에서 버리는 패든지 둘 중 하나일 거라고요.
"도망치게 해줄까요?"
"……. 무슨 말이야?"
"곧 죽을거니까. 당신도 그도."
소년은 놀랍게도 제 입으로 자백을 했습니다. 이 아이는 버리는 패구나. 소녀는 짐작했지요. 애초에, 후계의 자리에도 한참 밀려난 셋째라는 말도 들었으니 분명할 테였습니다.
멀리서 파도 소리가 들렸습니다. 소녀는 바다 냄새가 싫었으므로 계속 심기가 불편했지요. 몇 번 말을 나누지도 못한 때에, 아버지의 병사가 몇 찾아와 소년을 무력화시키곤 끌어 냈습니다.
"……."
아마, 그도 죽게 되겠지요. 소녀는 이 모든 소란이 끝날 때까지 그 오두막에 혼자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방금까지만 해도 불편했지만, 없으니까 너무 조용했습니다. 파도 소리는 끊기질 않았고요.
만일 기적이 일어나 저 소년이 살아 남는다면,
심술은 그만 부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너는……."
반역의 주범은 달아났고, 그 본보기를 위해 세 아들들이 가죽 포대에 넣어져 절벽에서 던져졌다고 들었는데. 거의 기다시피 허름한 꼴로 오두막에 들어온 소년은 살아 있었습니다.
막 흔들 의자에 앉아 책을 보고 있던 소녀가, 자신이 했던 맹세들을 떠올리는 데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지요.
"살려줄까?"
천천히 웃으며, 소녀는 소년에게 일렀습니다.
"…반역의 주범이 달아났다고 하던데. 너라면 이 근방의 비밀 통로가, 뭐, 그런 것 쯤은 알겠지."
"그건…."
"넌 좀 특이한 애라는 소문은 자자하더라. 책 넘기기 보다 칼질하기를 더 좋아한다며. 무두질을 하거나 정육점? 사냥꾼으로 태어났으면 더 잘됐을거라니. 어른들이 널 어지간히 싫어하나봐."
"……."
"어쨌든,"
두꺼운 책이 천천히 덮였습니다. 소녀는 꽤나 기분좋게, 소년의 인생을 사들였습니다.
"네 손으로 그를 죽여서 그 목을 바치면 된단다."
"해낸다면 내가 널 받아줄게."
영주는 보던 일기장을 덮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걸 굳이 눈으로 확인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청년이 아직까지 살아서 그녀의 곁에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쉽게 추리할 수 있는 사실이었지요.
12.
신비로 인해 저주받은 것은 신비로 인해 그 저주를 풀 수 있게 되는걸까요?
그렇지 않다면, 신비로 인해 저주받은 것은, 거기다 더 저주를 받게 될까요.
꽤 위험한 도박이었습니다. 만일 인어가 불로장생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면, 영주는 고통 속에서 내내 쥐여 짜이며 숨 아닌 숨을 쉬어야 할지도 모르겠지요. 아니면 금방 죽어버리든지. 혹은 얼마간의 유예를 얻고 죽어버리든지.
"나는 그 생물의 유언이 궁금해. 어떤 말을 남기고, 어떤 표정으로 숨을 거둘지 궁금해. 그것의 고기는 어떤 맛이 날지 궁금해. 그걸 먹고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어쨌든 한 결론을 기대하고 계신 건 아닙니까?"
"어렵구나. 적어도 뭐든 일어나지 않겠니? 그게 매력적이야. 내 기대에 빗나가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안심이야."
"서론이 기십니다. 어울리지 않으시네요."
"…흐응."
청년은 예리하게 자랐습니다. 그 바닷가 오두막에서, 멍청한 소리를 하던 이는 이미 자라버린거지요.
"사실은 죽고 싶으신거지요?"
"……."
"죽게 해드릴까요?"
영주가 희미하게 웃고는, 대답했습니다.
"이제 네가 내게 그걸 묻는구나."
13.
기다란 테이블엔 식탁보가 깔려 있었습니다. 깔끔하고 가벼운 소재는 영주의 취향 그대로였지요. 의자들은 많았지만, 자리에 앉은 것은 영주 뿐이었습니다. 아, 얼마나 많은 것들을 누려 왔는지요. 이제야 끝낼 때가 되었습니다. 고통에 잠 못 이루는 밤마다 청년의 손을 잡고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지 않겠어요. 그들은 서로 아끼지도, 사랑하지도 않는데요.
청년이 불투명한 푸드 커버를 씌운 음식 그릇들을 트레이에 싣고 왔습니다. 영주는 그것을 기쁘게 받았습니다. 하나, 둘, 마지막 그릇을 놓은 청년이 덮개를 하나씩 벗겼습니다.
놀랍게도, 빈 그릇들이었습니다.
"그것이 뭐라고 했니?"
청년은 잠시 말이 없다가 마지막 그릇의 덮개를 벗겼습니다. 오직 유일하게 무언가가 들어있던 그릇이었지요. 곱게 눈을 감은 인어의 머리였습니다.
"제게 꽃 냄새가 나는 것이 싫다고 했습니다."
영주의 옆에 선 청년은 제 가슴께를 한 손으로 더듬었습니다. 옷 안에 넣어둔 것이었지만, 한번 쓸어보는 것 만으로도 손끝에 단검의 검집이 분명하게 만져졌습니다.
"당신이 싫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래. ……."
"……"
영주가 식사용 나이프를 들었다가 다시 놓았습니다. 그리고는, 어렸을 적의 그때와 비슷한 얼굴로 웃으며 눈을 감았지요.
"살려줄까?"
"어떻게 말입니까?"
"네 손을 빌리지 않고, 내 손으로 날 죽이면 되지. 넌 그대로 여길 떠나렴."
"시시하네요. 사양합니다."
이 모든 건 결국 누구를 위해서였는지. 잔뜩 꼬여서 뭐가 뭔지 알 수도 없었다. 영주는 처음으로, 기쁨으로 심장이 뛴다는 게 어떤건지 알았다. 그것은 사랑과도 닮아 있었다.
"하실 말씀 있습니까?"
어쩌면 증오일 수도 있었지만.
"그런 것 없어."
영주는 아주 기쁘게, 제 맨목을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어깨를 쭉 피고 허리를 세우는 것으로, 제 가슴쪽도 찌르기 쉽게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래요, 영주는, 그 어리숙하고 멍청했던 소년을 거두길 잘했다고 생각하던 참이었습니다.
신비로운 결과, 아름다운 죽음도, 환상의 정체. 그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바라던 것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주는 기쁘게 선물을 기다렸습니다. 그 인어. 어떤 기분으로 눈을 감았는지 자신도 겨우 이해할 수가…….
…….
…….
14.
종이 울렸습니다. 영주는 늘 규칙적으로 생활하고자 했기 때문에, 성의 시계들은 모두 오차 하나 없이 움직이곤 했지요. 영주의 식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