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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흰 얼굴이, 분홍 스웨터가, 남색 스커트가, 안고 있는 꽃과 함께 범벅이 된다. 모두가 하나의 큰 꽃묶음 같다. 어지럽다.
황순원, 소나기 中
해가 저문다. 하늘이 붉게 물들어간다. 그 아래 꽃밭이 펼쳐진다. 그 곳에 한 소녀가 피어있다.
빨간색 꽃을 꺽어 안는다. 소녀의 얼굴에 핏기가 돈다. 주황색 꽃을 꺽어 안는다, 하늘의 노을이 소녀의 머리 위로 뿌려진다. 노란색 꽃을 꺽어 안는다. 드문드문 고개를 내미는 별빛이 소녀의 치마를 수놓는다. 분홍색 꽃을 꺽어 안는다. 소녀의 손 끝이 물든다. 소녀는 색을 받아 피어난다. 색색이 꽃들은 소녀를 둘러싼다. 알음알음 피어난 꽃들이 소녀에게 제 향기를 묻힌다. 화사한 미소가 덧대어진다. 저 홀로 빛을 뽐내던 꽃들이 그 미소에 감싸인다.
환한 꽃다발이 된 소녀는 사르르 눈을 감는다. 생기어린 입술을 오물오물 움직인다. 작은 소리가 향기를 입고 흘러나온다.
"아름다운 노을이 지고, 화사한 꽃들이 피고, 짙은 향기가 묻어나는 이 곳은 꿈 속이랍니다. 색색의 꽃들로 피어나, 그 색을 덧입고, 미소로 감싸안는 이 곳은 꽃밭이랍니다. 어서오세요, 나의 꿈에, 나의 정원에, 당신의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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