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년은 달이었다. 스스로를 빛내는 별과는 달리 별들의 찬란한 빛을 겨우 흉내 내는 아주 작은 존재였다. 별의 찬란한 빛에 가려진 달은 검푸른 어둠으로 몸을 숨기고 빛의 뒤에서 그들 주변을 맴돌았다.
달은 별을 동경했다. 별의 빛을 사랑하고, 별이 되고 싶어 했다. 달은 숨어지내는 어둠 속에서 잠시 나왔다가도 두려운 마음에 다시 깊고 깊은 어둠 속으로 돌아가 웅크렸다. 달은 어둠 속에서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는 자신의 옅은 빛을 이리저리 굴리었다. 자신이 별이 되어 모든 것을 환히 밝혀주는 상상을 하며 옅게 웃기도 하였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달은 별을 따라 할지언정 별이 될 수 없는 사실을 떠올려 눈물을 흘리고 다시 깊은 어둠 속에 몸을 숨기는 것은 일상이었다.
달은 고개를 숙이고 눈을 질끈 감고 주저앉았다. 눈물이 방울방울 넘쳐 하나씩 떨어져 바닥을 적셔갈 때, 세찬 바람이 달의 머리카락을 흩트리고 지나갔다. 바람이 불어온 곳을 올려다 본 광경은, 녹색 빛으로 가득한 반딧불이의 강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반딧불이는 환한 빛을 깜빡이며 이곳저곳을 날아다녔다. 반딧불이들이 하나둘 모이고 모여 하늘을 채우자 저 멀리 있는 은하수보다 밝게 빛났다. 달의 주변을 날아다니는 반딧불이의 빛이, 눈이 너무나도 시리도록 밝게 빛나서. 달은 주위를 보았다. 주변을 천천히 하나하나 눈동자에 풍경을 꼭꼭 담아내었다. 제가 웅크리는 동안 주변에는 온통 색을 담아 빛을 뽐내는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했다.
소년은 바닥을 짚고 일어섰다. 시원한 바람이 소년의 주위를 맴돌며 머리카락을 흩뜨리고 반딧불이들이 소년의 주위를 감쌌고 소년의 얼굴을 제 빛들로 밝게 비추었다. 소년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가고 꽃봉오리가 터지는듯한 환한 웃음을 지어냈다. 마침내 길고 긴 시간을 걸쳐 달은 소년이 되었다. 소년은 한걸음 한걸음 그들에게 다가갔다.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한 빛을 내는 별을 제치고, 별빛을 뒤로한 채. 밝은 별빛이 가리어지자 순식간에 세상은 어두워졌다. 그 어두운 세상 가운데에서 소년의 은빛만이 세상을 밝혔다.
아아-
닿아라,
나의 색이 그들에게 닿기를.
소년은 눈을 감았다. 등 뒤의 어둠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반딧불이가 퍼져 나갔다. 반딧불이가 소년의 주위를 날고 바람이 소년의 긴 속눈썹을 간질였다. 소년은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옅푸른 눈동자를 보이고, 제 빛으로 물든 세상을 눈에 담아냈다.
아, 드디어 닿았다.
나의 빛이.
소년은 마침내 그들의 앞에서 웃었다. 자신의 어여쁜 빛으로 그들을 밝혀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