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젖은 밤거리는 주변의 모든 빛을 반사해 지나치게 눈이 부시다. 비 온 뒤의 공기는 상쾌하고 가벼워야 할 것인데, 먹구름이 그대로 내려앉은 듯 공기는 무겁고 습했다. 그러나 곧 바람이 불면 물기 어린 시원한 공기가 밝은 밤거리를 가득 채워줄 것이다. 그 순간을 미리 즐기려는 듯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은 하나같이 밝고 화사하다. 이것이 그 남자를 더욱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한 남자가 길을 걷고 있다. 땅 위로 내려앉은 먹구름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듯 축 처지고, 어딘가 길을 잃은 듯 불안정한 발걸음을 옮긴다. 연신 서로의 어깨를 부딪쳐가며 바삐 길을 옮기는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그는 혼자였고, 초라했다. 호객하는 소리, 벌써 거나하게 취한 사람들의 고함소리, 화장품 가게에서 틀어둔 시끄러운 클럽 비트의 음악, 친구를 부르는 소리, 사람들 사이를 억지로 비집고 들어가려는 자동차의 경적소리가 거리를 가득 채운다. 그러나 남자에게는 그 어떤 소음도 닿지 못한 채 부자연스러운 침묵만이 가득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막으로 귀가 덮여있는 듯 웅웅 울리는 소리만이 고막을 때릴 뿐이다. 가득 찬 사람들 사이에서도, 가득 찬 소음 사이에서도 그는 혼자였다.
남자는 정말 혼자가 되기 위해 자신의 보금자리가 있는 곳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그의 보금자리는 번화가의 어두운 골목 끝, 가로등 몇 개만이 길을 깜박깜박 밝히고 있는 구석진 곳에 있다. 눈부신 거리에 혼자 푹 꺼져있는 그의 모습과 무척이나 닮은 보금자리. 오늘의 날씨처럼 그곳도 차갑게 식어 있을 것이다. 이제 그곳에는 한숨마저 차가워진 그 남자만이 홀로 머물게 됐기 때문이다.
차가운 보금자리에 발을 들여놓고 문을 닫자, 그제야 그는 오롯이 혼자가 될 수 있었다. 불을 켰다가 다시 꺼보고, 다시 켜봐도 차가운 보금자리 안에는 차가워진 남자만이 오도카니 홀로 서있을 뿐이다. 비가 온 뒤의 공기는 상쾌하고 가벼워야 할 것인데, 그곳은 여전히 무겁고, 어둡고, 습했다. 그에게 내려앉은 먹구름처럼. 어쩌면 아직 그의 마음에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비는 언제쯤 그칠 수 있을까. 일기예보를 떠올려본다. 낮부터 내리는 비는 이른 밤부터 그쳐 차차 맑아지겠습니다. 밤에는 전국의 하늘에서 보름달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기상 캐스터의 어딘가 들뜬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을 살짝 스쳤다가, 사라졌다.
남자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밖은 구름이 걷히고 있는데, 남자의 비는 언제고 그칠 줄을 몰랐다. 그의 방에서는 보름달이 보이지 않는다.
그는 그의 방을 조금 따뜻하게 덥혀주던 작은 고양이 한 마리를 묻어주고 오는 길이다.
그의 비는 당분간 그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