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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검불을 밟는 퍼석 소리가 났다. 가벼이 뭉그러지는 마른 풀 잎들은 숲의 주인에게 이 불청객의 방문을 열렸다. 그녀는 비쩍 마른 몸을 돌려 뒤를 살폈다. 작약한 몸의 소녀가 숲의 주인인 그녀를 바라본다. 충분히 공포를 유발하는 외향이건만 소녀는 그녀를 오직 경이로운 존재, 신비하고 저 스스로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어떤 아득히 먼 존재라고 인식하는 게 분명했다. 그녀가 몸을 일으켰다. 키가 족히 2미터는 넘어 보이는 큰 체구의 그녀는 자신이 한 번 그러쥐면 부스러질 소녀를 내려다본다. 널따란 숲의 주위는 가시덤불로 가득 차 있고, 포송한 이끼가 바닥을 가득 매우고 있었다. 중앙에 자리 잡은 큰 나무둥치 위에 그녀가 앉아 있었다. 이끼들 사이로 검고 부드러운 실들이 빛을 받아 제 존재를 알리고 있었으며 높고 빼곡히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한 줄기 빛이 스몄다. 따스한 해가 유일하게 비치는 그 장소에 그녀가 서있다. 창백하고 투명한 피부는 아래로 흐르는 푸른 핏줄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가닥가닥 나누어진 핏줄은 고요하게 흐른다. 새벽의 스산함을 담은 머리칼은 곱게 땋아 아래로, 아래로 길게 이어져있다. 말린 무화과처럼 앙상한 몸에 짙은 어둠을 바른 손톱. 푸른 점과 같은 눈을 제외한 얼굴은 딱딱하게 굳은 검은 가죽으로 뒤덮여있고 관자놀이에는 커다랗고 뒤틀린 뿔이 한 쌍 자리 잡고 있었다. 그녀의 몸에서 유일하게 붉고, 생명이 느껴지는 검붉은 입술을 보랏빛 혀가 낼름 핥고 지나간다. 쉬익- 내쉬는 숨에 온기는 없고 새벽녘의 외로움이 담겨 있다. 내리쬐는 해가 그녀의 희고 창백한 피부를 빛나게 만들고, 푸른 핏줄을 지워 깨끗한 여인의 모습으로 내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기괴하기만 한 얼굴을 가진 그녀가 말했다.

 

“이리와.”

 

앙상하고 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차라리 죽은 자의 손이 더 온기가 있으리. 소녀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자, 그녀는 바짝 마른 가지 같은 손가락을 뻗었다. 다시 한 번 이리오라 말을 건네니 나무 그늘에 숨어 동태를 살피던 소녀가 한 발자국 움직였다. 검불이 퍼석거리며 산산이 부서진다. 작은 조각과 티끌이 되어 공기 중에 떠돌면 내리쬐던 해가 그 작은 존재들을 감쌌다. 소녀는 말이 없었다. 남루하고 초라한 행색에 제 발에 맞는 신발조차 없어 상처입고 딱지가 들러붙어 있는 발가락을 꼼질거린다.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부드러움에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조용히 고개를 들어 그녀를 올려다봤다. 아래로 축 처진 눈썹과 잔잔히 떨리는 속눈썹이 아름다운 소녀였다. 백금발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살살 나부끼고 유리알을 닮은 투명하고 푸른 눈동자가 숲의 주인, 그녀를 마주한다. 잠시 그녀와 눈을 마주쳤던 소녀는 그녀의 긴 머리칼을 따라 시선을 옮긴다. 아래로, 아래로 바닥에 맞닿은 시선은 다시 여정을 시작했다. 길고 굽이진 머리가 그녀 주위를 감싸고 있단 사실을 알아챘을 때, 소녀는 이 장소에 넘치는 검은색의 윤기 나는 실들이 그녀의 머리카락임을 알아챘다.

 

“재밌는 놀이 하자.”

 

소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붉은 입술로 크게 미소 지었다. 아주 쉽고 간단한 놀이라며 소녀를 꼬드기고 달콤한 말로 유혹했다. 따뜻한 집과 풍족히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 해질 거야. 널 지켜줄 힘이 생겨, 아주 잠깐이면 된단다. 외롭고 세상살이에 치친 소녀는 그녀의 제의를 수락했다. 따뜻한 장소와 힘, 더 이상 배를 곯지 않아도 된다는 희망은 소녀에게 어떠한 희망을 제시했다. 닿을 듯 닿을 수 없었던 머나먼 이야기를 이제 소녀는 눈앞에 두고 있었다. 숲의 주인, 그녀는 소녀에게 손바닥을 펴라 일렀다. 조심스레 손바닥을 내미는 소녀에게 그녀는 자신의 검은색 날카로운 손톱 끝을 보여준다. 소녀의 눈앞에서 천천히 휘젓더니 이내 소녀의 손바닥을 콕 찔렀다. 아픔에 소녀가 손을 감싸 쥐고 그녀를 올려다봤다. 처음으로 공포로 일렁이는 눈빛을 받은 그녀가 또 한 번. 씩- 웃어 보인다. 이제 끝났다. 재밌는 놀이 끝. 소녀는 세상이 격변하는 것을 느낀다. 울렁이고 시야는 아지랑이로 가득찼다. 매스꺼운 속을 부여잡고 떨리는 다리로 제 작은 몸을 지탱했다. 제 몸을 벌레들이 쏘다니며 구멍을 뚫는 역겨운 느낌에 머리를 흔들고 진저리를 쳤다. 비명이 절로 나오다 소녀는 격통에 쓰러졌다. 죽음이 곁에 머무는 게 느껴졌다. 숲의 주인은 작은 소녀는 들어 자신이 앉아 있던 자리로 옮겼다. 자신의 족쇄를 끊고 도망갈 순간이 도래해 그녀의 얼굴에 기쁨이 피었다. 그녀의 바싹 마른 피부가 기쁨에 떨려왔다. 맥없이 흔들리는 소녀의 팔을 가지런히 가슴께에 올려주고 중앙의 큰 나무둥치에 소녀를 뉘였다. 백금발의 아름다운 머리칼을 잘 정돈하곤 한 발짝 물러난다. 스물 스물 뱀처럼 소녀를 뒤덮는 나무줄기들이 보였다. 둥근 고치를 만들며 그 속에 소녀를 넣었다. 해가 잘 들게 이리저리 굴리며 자리를 잡더니 이내 모든게 굳어버린다. 미약하게 소녀의 숨소리가 들리고 숲의 주인은 크게 웃었다.

 

 

 

「숲의 주인은 크고 커다란 괴물」

「주인은 작은 아이가 찾아오길 기다려」

「아이에게 속삭이고 말을 걸어, 아이가 도망가지 못하게」

「외로운 숲의 주인은 아이를 딱딱한 고치 속에 가둬버리지」

「아이는 발버둥 쳐 손톱이 깨지고 성대가 문드러질 만큼」

「모든 게 끝나고 고치가 열려, 이제부터 아이는 숲의 주인」

「외로운 숲의 주인은 어린 아이를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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