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화려한 샹들리에에 불이 들어온다. 초 하나에 불이 켜지고 다른 초에 불이 켜진다. 또 다른 초에도 불이 켜졌다. 그러나 커다란 무도회장은 환히 밝아지지 않았다. 천장에는 묵직한 샹들리에가 여러 개 달려 있는데도 물에 젖은 촛대마냥 불은 붙지 않는다. 그저 몇 개의 빛이 광활한 무도회장을 어둡게나마 비추었다. 촛불이 일렁인다. 샹들리에가 흔들리며 내는 바람이 촛불을 위태롭게 희롱했다.
옅은 불빛 아래에는 한 여성이 춤을 추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그녀는 우아한 왈츠를 추고 있었다. 아마 불이 켜지기 전부터 그녀는 춤을 추고 있었을 것이다. 상대배역조차 없는 어두운 무도회장에서 홀로, 마치 누군가에게 홀린 듯 춤을 추었다. 그녀의 움직임에 맞추어 드레스가 들썩인다. 하얀 드레스는 불빛을 받아 주황색으로 물들었다. 드레스가 자아내는 그림자는 길어졌다 짧아졌다 넓어졌다 좁아진다. 구두굽이 대리석에 부딪히며 소리를 낸다. 원 스텝, 투 스텝, 쓰리 스텝. 그림자는 그녀와 발을 맞추었다.
촛불이 은은하게 불빛 아래 여인을 비춘다. 드넓은 무대 위에는 왈츠를 추는 여인이 있다. 그리고 그녀의 유일한 관객과 파트너는 샹들리에의 그림자와 그녀 자신의 그림자였다.
bottom of pa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