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짙디 짙은 침묵 속에서 바람이 조용히 불었다. 그 소리 없는 바람은 보랏빛 꽃잎 하나를 입에 물고 왔다. 하늘로 치솟았던 수많은 꽃들 중에서, 그 수많은 꽃잎들 중에서 단 하나만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허공을 배회하고 있었다. 땅으로부터 떨어진 곳에서 바람의 손을 잡고 기나긴 왈츠를. 침묵의 춤을 이어갔다. 아무도 보지 않기에 정열적으로, 사랑스럽게, 그리고 고독하게.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끊기지 않는 춤을 이어갔다.
그리고 이윽고 춤이 끝날 시간이 되었다. 고독하게도 춤을 추던 이는 제 손을 잡고 있던 바람에게 이별을 고하고는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춤의 여운이 남아있는 듯이 흔들, 흔들. 가라앉는 속도는 너무나도 느리고 무거웠다. 다시 한 번, 저 높은 곳에서 춤을 추기를 기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모든 것이 과거가 되어버렸고 서서히 가라앉던 꽃잎은ㅡ 물 위에 살포시 얹어졌다. 정열적이고, 사랑스러우며 고독한 춤을 추던 꽃잎은 미약하디 미약한 하나의 파동을 남기고는 멈춰버렸다.
꽃잎에서부터 시작한 물결은 둥글게, 둥그렇게 퍼져나갔다. 어디에 닿을지 알지 못한채로 점차 퍼져나가고 있었다. 바람에 의지한채 어리도 다다를지 몰랐던 꽃잎과 같은 처지의 물견은 잠시의 위안을 남기고 점차 옅어졌다.서서히 그 존재가 사라지고 있었다. 완전히, 그 모습이 없어질 즈음, 완벽하게 고독해지려는 순간 커다란 물결이 일었다. 꽃잎이 만든 것은 비교 대상조차 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또렷한 것이었다.
그 크나큰 물결의 시작은 작고 고운, 하나의 발. 물 위는 자유로이 움직이고 있는 한 여인 밖에 없었다. 여인은 물에 가라앉는 것도, 허공에 떠있는 것도 아닌 상태로, 말그대로 물 위에서 뱅글뱅글 춤을 추다가, 춤을 추다가, 멈춰섰다. 언젠가 자신과 같이 춤을 췄을지도 모를 작은 꽃잎을 보고, 자신이 만든 물결보다도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물결을 만들었을 존재를 보고 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두 손으로 꽃잎과 물을 동시에 떴다. 물은 그녀의 손을 잠시 적셨지만 물 방울방울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두 손 가득, 떨어지지 않을 물을 담고, 그 위에는 작은 꽃잎을 얹고, 여인은 다시금 춤을 추기 시작했다. 작은 꽃잎과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