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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등대신 켜놓은 촛불이 일렁인다. 열려있는 창문을 통해 새벽 공기가 흘러들어온다. 정신이 맑아진다. 당신에 대한 기억들이 나를 스치운다.
당신은 내게 얼음도 나보다는 뜨거울 것이라 했다. 나는 그런 당신에게 우리는 서로를 몰랐을 뿐이라 했다. 당신은 콧방귀를 뀌었고 나는 슬퍼하며 당신을 보냈다. 그것이 우리의 끝이었다. 뒷장은 없었고 ‘그들은 각자의 길을 걸었습니다.’ 하는 동화적인 에필로그만이 남았다.
내 비록 얼음이었으나 당신을 사랑함에 있어 거짓은 없었다. 그리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나의 방식은 서툴러서, 함께 길을 걷고 바람을 즐기는 그 순간까지 당신에게 닿지 못했다. 그 때는 그래도 괜찮을 줄 알았다. 당신과 나는 서로 마음이 통한다고 믿었다. 허나 아니었다. 당신은 이제 내 앞의 촛불 속에 남아 일렁이게 되었다. 꺼질 듯 타오르는 불 속에서 당신이 내게 차가운 말을 던진다. 나는 견디지 못하고 불을 꺼버린다. 심지 끝에서 연기가 올라온다. 새벽에 실려 창밖으로 떠나간다. 당신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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