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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손을 맞잡았다. 바다에 가자. 마땅한 이유 같은 건 필요치 않았다. 우리에게는. 무작정 표를 끊고 오른 기차의 객실 안에서도, 그렇게 몇 시간을 달려 도착한 종점역의 플랫폼 앞에서도, 잠자코 먼 끝만 내다보며 잡은 손을 꼬물대던 네가 첫마디를 띄웠다. 춥니. 나는 나비처럼 가벼운 몸짓으로 살랑살랑 고개를 내젓는다. 그럼 갑갑한 목도리는 벗으래도. 들어가면 추울까 봐. 나는 추운 게 싫어!


추운 건 싫어, 싫다구. 투정하는 목소리는 눈앞의 파도에 부딪쳐 메아리에 가깝다. 너는 오묘한 빛깔의 눈을 들어 나를 보고 있다. 나는 그 눈에 쬐이는 순간순간을 사랑했다. 본디 가진 것 하나, 약속된 것 하나, 그 무엇도 없이 무작정 세상에 유기된 우리는 너무도 춥고 가냘픈 존재들이었다. 비슷한 외딴섬을 찾아 헤맸고, 쉽게 사랑을 속삭였고, 거리로 나가 동정을 구걸하기도 했다. 우리는 이제 그만 춥고 싶었다.


같이 죽을까. 시작은 누구였는지 모른다.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수차례 예행연습을 했다. 특별히 죽음에 의미가 있는 것은 아녔다. 어제오늘 살갑게 얼굴을 맞대던 이도 하룻밤새 죽어버리는 것이 목숨이었고 우리네 삶이었으니까. 그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남들의 눈에 들어오는 특별한 죽음을 맞고 싶었다. 


다음날 우리는 어떻게 기록될까. 기사조차 나지 않을지 모른다. 어쩌다 운좋게 신문의 한켠을 차지한다 해도 두 소녀의 비극적인 방황으로 장식될 뿐 결코 밝혀낼 수 없을 테다. 우리의 사인도, 우리가 연인이었다는 사실도. 무엇도. 우리는 그렇게 잊혀질 존재였다. 


우리 약속 하나 할까.
무얼?


하나, 둘. 맞잡은 손은 따스한 멸망을 향해 나아간다. 


이번 생이 반복되거든 만나지 않기로. 


너는 전생도 환생도 믿지 않는다. 다음은 없다고 믿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파도가 텅 빈 바닷가를 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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