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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의 앙상한 손가락이 휘었다. 표정을 둘 수 없는 사신의 하얗고 길다란 부리로 저승문의 한기가 맺혔다. 이슬과도 같이 맺힌 한기는 이내 부리의 날카로운 끝으로 타고 내려가 동글한 소녀의 머리 위로 똑, 떨어졌다. 검고 묵묵한 저승의 것들이 사신을 재촉하였고 사신은 소녀의 이름을 3번 불러야 한다. 사신이 되어 처음으로 사랑한 이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이 사신을 슬프게 하였다. 소녀는 눈을 감았다. 뒤에 사신이 선 것을 알면서도 소녀는 눈을 감고 팔을 늘어트렸다. 목과 허리와 팔과 다리를 휘감는 저승의 것들에게 몸을 내어주었다. 입이 없는 사신의 부리가 떨렸고 종말이 한 뼘 더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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