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느지막한 오후, 공기는 나른하고 답답해져갔다.
들이고 가만히 내뱉는 숨에도 그 분위기가 스며들어 점점 잠겨갔다.
곧 소란스러운 주변에 묻혀 가라앉고 있을 때
소란 속에서도 선명한 종소리와 함께 당신이 들어왔다.
그것이 당신과의 첫 만남이었다.
#. 나는 여기 있어요.
한 걸음, 그러면 나도 한 걸음
두 걸음, 그럼 잠시 멈춤
세 걸음, 돌아보는 당신
다시 한걸음, 당신과 눈 맞춤
저 멀리 네가 걸어가고 있다.
그러면 나는 네가 걸어갔을 길을, 자국 없는 발자국을 따라 걷는다.
머나먼 네 옆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가득 차있다.
그들은 너의 곁에서 각자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즐거운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어쩔 수 없는 것이라. 너는 천성이 다정하여 곁으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들 것이다.
하지만 나는 네 것이라.
가끔 모두를 재치고 달려가 너를 품 안에 안고 싶어 견딜 수 없다.
다만 아직 너와 내 사이에는 무엇도 존재하지 않아 너에게 닿기까지의 거리가 아득한지라.
그 사실을 알게 될 때마다
나는 덧없이 외로워진 마음을 그러쥐어, 또박또박 나지막한 발걸음으로 너에게 말을 건넨다.
너에게 말을 건넨다.
'돌아봐줘.'
네가 간 길을 따라 걷는다.
'내가 여기 있어.'
멀리 떨어져 있지만 네 주위를 맴돌고 있는 그런 사람이, 내가 여기에 있노라고.
사람들의 한가운데에서도 들리는 소리가 있다.
또박또박 들려오는 걸음걸이,
당신의 걸음걸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으로 괴로워하는지,
그 사람에 대해 더 많은 생각하고 함께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오랫동안 이것에 즐거움을 느꼈지만 최근에는 다른 곳에 온 마음을 빼앗겨버렸다.
또박또박 들려오는 당신의 발걸음에
시작은 며칠 전 카페에서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였다.
당신은 그 번잡하고 소란스러움 한가운데에서도 홀로 고요하였다. 단지 당신은 그곳에 들어왔을 뿐이었으나 그렇게 내 마음을 기울였다.
그저 그게 나와 당신의 전부였다.
그런 만남이 전부였기에 당신의 발걸음에 귀를 기울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언제든 용기를 내면 발걸음을 따라 당신에게 갈 수 있도록.
낙엽더미를 한 가득 붓는 듯 한 소리들의 한가운데에서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들리는 소리가 있다.
고요하고 잔잔한 소리로 말을 걸어오는 당신이 나에게 전한다.
내가 여기에 있노라고
때로 당신에게 다가가고 싶어 멈추어선 채 뒤돌면
당신이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그러면 다시 한 걸음, 당신과 눈 맞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