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리서 노을이 바람에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하늘에는 공기 중의 수분이 얼어붙어 빛의 기둥을 이루고 있었다.
나는 그애가 숨을 쉴 때마다 그애 입가의 공기가 보랏빛에서 녹색으로 변했다 돌아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입김이 기침과 함께 터져나오며 하늘 위로 떠올랐고 연기를 닮은 소용돌이가 얼음 조각과 함께 반짝였다. 모든 숨은 온전히 구름이 되고 있었다. 구름 속에서 이따금씩 파란 소용돌이가 일었다.
우리는 누워서 우리의 왼쪽으로 지고 있는 수성을 지켜보았다. 거대한 지평선의 절벽 너머로 겨울이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심장이 부풀어오르며 허파를 짓누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둠은 가슴을 채운 불안을 심장으로 몰고 있었다. 나는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비명처럼 숨을 들이쉬었다. 목에 얼음 결정이 박혔다가 순간 사라지며 소름을 돋구었다.
우리는 내내 북극성을 따라 걸어왔다. 어쩌면 그것은 북극성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별을 따라가는 길은 하루가 다르게 추워졌고 우리는 그것을 북쪽으로 가는 길이라고 믿으며 계속해서 걸었다. 어느 날 문득 그 별을 놓칠 때까지, 숲의 꼭대기로 고개를 들고 걷는 버릇은 계속되었다. 숲이 끝나고 펼쳐진 광야에서 햇빛 속으로 북극성을 잃고서 나는 우리가 너무 멀리 왔음을 깨달았다. 줄곧 하늘을 보던 고개를 숙이자 아픔에 인상이 찌푸려졌다. 지평선은 지나칠 만큼 이질적이었다. 겁이 났다. 어제부터 내내 밝던 하늘은 구름으로 덮여 새하얬다. 뒤돌아본 숲에는 나무가 없어져 있었고 뭉개진 그림자 가운데서 그애가 주저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애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홀로 선명했다. 뭐 하는 거야, 빨리 따라와. 나는 불안감에 소리쳤다. 손끝에 그애의 소매가 닿자마자 나는 그애의 손목을 그러쥐고 급하게 걸음을 옮겼다, 발 밑에서 가루눈이 바스락거리며 부서지는 소리가 숨소리와 겹쳐 나는 잠시 숨이 얼어붙는 착각이 들었다. 아직은, 호흡을 크게 해도 괜찮았기에 우리는 안개를 토하며 달렸다. 숨이 눈앞을 가려 몇 번이나 넘어질 뻔하면서 내내 오던 방향으로 뛰었다. 모든 것이 제자리만 같았다. 나무들은 오래 전에 사라지고 없었다. 지평선. 하늘. 눈밭. 흐린 햇빛이 세상에 배어들며 그림자를 지웠다. 우리는 종이 인형이 되고 있다고, 그애가 뚝뚝 끊기는 기침 사이로 말했다. 해는 안개에 뿌옇게 번져 있었다.
언제부턴가 숨에 얼음이 섞일 때가 되자 우리는 뛰는 것을 그만두고 걷기 시작했다. 후회는 계속해서 늦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계속해서 걸었다. 눈을 밟는 소리를 내기 위해서, 숨소리를 내기 위해서, 시간의 흐름을 어떻게든 느끼고 싶어 나는 호흡을 세기 시작했다. 그애는 입모양으로 제 발걸음을 세었다. 내 입술은 말라붙어 열리지 않았다. 정신은 지겹게도 명료했다. 눈을 밟는 소리, 숨을 들이쉬는 소리, 내쉬는 소리, 내뱉은 공기가 얼어선 누군가의 속삭임처럼 딱딱거리는 소리, 반복, 일정한 반복. 지치기에는 너무 생각할 것이 적었다. 지치면 어떻게 되는 걸까, 기억이 끝날 때까지 그 생각은 머릿속에 혼자 걸려 있었다.
숨이 오른쪽으로 흐르며 공기를 푸른색으로 뒤흔들었다. 수성이 노을에 묻혀 사라지고 있었다.
나는 내게서 뒤돌아 누운 그애의 표정을 상상하며 뺨 위에 얼어붙은 눈물을 오른손으로 떼어냈다. 왼팔에서 땀이 나는 것이 느껴졌다. 열두 살의 머리는 내 팔에 제법 무거웠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피가 통하지 않는 손끝이 보랏빛에서 녹색으로 변했다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그애가 내게로 돌아누워 기꺼이 내 기억 속으로 들어오길 바랐지만 오늘 그애는 그러지 않았다. 나는 자꾸만 눈앞을 가리는 숨을 참고 그애의 호흡을 지켜보았다. 숨을 내쉬자 거대한 안개가 얼굴을 가렸다. 뺨에 얼음이 붙어 따가웠다.
아냐, 그애가 말했다. 밤은 오지 않을 거야.
이곳에 밤은 애초부터 없었어, 나의 거짓말이 생각했다. 햇빛에 하얗게 바래 버린 기억 위에는 우리가 어설피 그려넣은 흠집만이 즐비했다.기억의 마지막에 누워 보는 하늘은 처음으로 흰빛이 아니었다. 서로 눈가가 노을에 붉어져 슬퍼 보였다.
하늘과, 땅이 있었다. 다른 어떤 것도 이곳에 없었다. 우리는 최초로 생겨난 어떠한 무엇처럼 광대한 들판 한가운데에 누워 있었다. 하늘을 채운 빛의 기둥들이 기침과 함께 무너지는 것이 보였다. 공기가 무너진다, 스무 번째 찬란한 데자뷰가 공복의 몸을 채웠다 처음으로 무언가가 변한다, 무지갯빛이 눈에 아리다. 물든다, 숨소리가 잦아들고 별이 번진다, 별이, 북극성이 다시 별들을 거느리고 얼음과 함께 하늘에 돌아온다 눈이 아리다 얼어붙은 목에서 새파란 기침이, 터진다, 노을이 다시금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잔인한 백야(白夜)가 마침내 끝나며 우리의 눈을 감기는 순간은 믿기지 않을 만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