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어를 믿고 있어?
라고 물었다. 해가 완전히 저문 밤이었다. 하늘에 흐르던 검푸른 강물이 바싹 말라버려 남은 것은 까만 어둠뿐이었다. 네 음성이 들려오는 곳으로 고개를 들었다. 형광등의 밝은 빛이 눈이 부셨고, 너도 그랬다. 내가 들고 있는 신비생물에 대한 사전을 보고서, 너는 그렇게 물었던 것 같았다. 어깨를 타고 흘러내리는 검은 머리카락에 눈을 두었다가 다시 묻는 네 음성에 시선을 돌렸다. 인어, 믿어? 너는 표지에 손을 올려놓고 인어를 가리키며 다시 물었다. 아마도 내가 듣지 못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표지에는 수많은 생물이 있었는데 왜 하필 그것이었을까. 나는 입을 열었다.
믿는 건 아니고, 그냥 이런 거 읽으면 재밌잖아. 시간 때우기에도 좋고. 네 입가가 부드럽게 올라갔다. 아마도 무언가 립제품을 바른 모양인지 인위적인 코랄 빛이 입술에 얹혀있었다. 그래서 야자 끝날 때까지 읽고 있었던 거야? 경비 아저씨가, 언제 나올 거냐고 물어보라고 하셔서. 네 말에 뒤늦게 시간을 확인했다. 23시 50분을 조금 넘기는 시각이 전자시계의 액정에서 깜박거렸다. 야자가 끝난 지 1시간이 넘었다고? 놀란 표정으로 교실의 벽시계를 확인했고 비슷하게 벌려져있는 시계의 바늘에 나는 책을 덮었다. 그리고 책을 가방에 넣으려다가 아직도 움직이지 않고 나를 보는 네게 말했다. 너는 집에 안 가? 아, 나 때문에 가려다가 다시 올라온 건가. 미안. 얼른 나갈게. 으응, 천천히 해도 괜찮아. 다시 웃으면서 너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네 손가락을 마냥 쳐다봤다가 책을 가방에 넣고 지퍼를 닫았다. 생각해보면 현실감이 없는 외모였다. 눈꼬리가 올라간 까만 눈에, 까만 머리카락. 그렇지만 웃으면 곱게 눈이 접혀 꼭 강아지 같은 인상이었고, 피부도 흠 없이 맑았다. 얼굴형도 흔히 말하는 계란형에, 연예인으로 데뷔해도 좋을 외모인데. 왜 우리 학교로 …….
나는 마냥 너에 대한 것을 생각하다가 문득 물었다. 있지, 네 이름이 뭐더라? 가방을 대신 들어서 책상 위에 내려주며 네가 대답했다. 웃음을 터트리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 퍽 무서울만한 상황이었는데 딱히 무섭지는 않았고, 그저 궁금할 뿐이었다. 표지에는 수많은 생물이 있었는데. 왜 하필 인어였을까. 눈을 느릿하게 껌벅이며 이어질 네 말을 기다렸다. 인어, 좋아해? 맑고 뚜렷한 목소리가 물었기에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창 바깥을 가리켰다. 오늘 물이 참 맑지? 별 하나 뜨지 않은 하늘을 가리키며 물이 맑다는 말을 던지는 게 어색하지 않았다. 당연하게 고개를 끄덕여도 될 만큼 자연스러웠다. 네가 천천히 창가로 다가갔다. 창가에 발을 올리고 몸을 바깥으로 내밀었는데도 불안함은 없었다.
나는.
너는 말을 끝마치지 않고 창밖으로 몸을 던졌다. 첨벙 소리와 함께 밤이 창가로 튀었다. 밤에 몸이 흠뻑 젖어서 터무니 없이 나른한 기분이 되었다.
나는, 인어야.
그 말과 함께 네가 밤을 타고 도망쳐버렸다. 내가 알고 있던 인어는 대체 뭐였더라. 얼굴에 튄 밤을 닦아가며 나는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다시금 신비사전을 펼쳤다. 바깥에서 경비 아저씨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