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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은 내게 ‘불행’의 레시피를 적어보라 말했다. 나는 내가 한 번이라도 불행하다고 느꼈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특별히 떠오르는 기억은 없었다. 나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보편적인 재료를 가지고 불행을 요리하기로 했다. 친한, 아니,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뒤에서 나를 욕하는 것을 알았을 때의 느꼈던 배신감, 엄마가 나를 다른 사람과 비교했을 때 느끼던 열등감, 중요한 시험 답안지를 밀려 썼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느끼는 절망감처럼 어느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사소한 불행의 재료들을 모으다보니 불행이 너무 막연한 존재처럼 느껴졌다.

나는 불행의 레시피를 써서 선생에게 내밀었다. 선생은 내 레시피를 읽고는 정말 하찮고 별거 아닌 재료뿐이라며 나를 나무랐다. 내가 직접 겪었던 일들을 계량해서 불행을 요리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나는 그렇게 고쳐보겠다 이야기하고 선생 앞을 벗어났다.

내가 겪은 불행의 실체를 적어보았다. 선생이 하찮고 별거 아니라고 말했던 재료보다 더 사소하고 아무것도 아닌 사건이었다. 누구나 겪을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일들. 나는 이것으로 불행을 만들어야 했다. 12살 어린 나이에서 사라지 않는 자기혐오 한 근, 한 번도 원하지 않은 과한 기대 1/2 덩어리, 아픈 곳이 없어도 숨이 막히는 과호흡 한 스푼, 아버지에게 쓰레기 취급 받은 과거의 내가 쓴 어설픈 글… 찬장 속에 쑤셔 박은 재료들이 하나하나 튀어나왔다. 이름을 붙이고 보면 당사자인 나에게도 하찮게 느껴지는 사건들인데 이 불행의 원천들을 항상 무겁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 재료를 선생에게 보이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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