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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에는 촘촘히 구멍이 뚫려있는데 안에서 보기에 그것은 마치 별처럼 보였고 그러한 구멍은 인위적으로 뚫은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믿기에는 정말로 별처럼 개수가 많아 차라리 모자를 구성하는 직물이 성기어 섬유들 사이가 벌어진 구멍들이라고 보는 게 타당했다. 그 별빛 사이를 꼬리깃과 부리가 흰 새 하나가 가로질러 날아가고 있었다. 함께 앉아있는 누군가가 그렇게 정했다.

“저 새는 여름새야.”

나는 그 명명을 미루거나 뒤집을 방도가 없기에 그렇게 믿고 되뇌였다. 그러자 모자 속이 후텁지근하고 입김 이외의 바람이 없는 여름밤이 되었다. 우리는 어딘가에 걸터앉아 있었고 나는 별빛 아래에서도 세계를 명명한 누군가의 얼굴을 확인할 수 없었다. 그의 얼굴은 어디서나 역광 때문에 보이지 않았는데, 나는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보다는 누군가가 어떤 것인지부터 짚어나갔다. 그러나 누군가는 결코 자신이 무엇인지는 정의해주지 않았고, 나는 따라갈 믿음이 없어 머리길을 따라 어두워 까맣게 보이는 갈대밭 사이를 잠시 헤매었다.

'의심이란 그런 것이야.'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무언가를 정의할 수 있었으나 사실상 그것은 그저 믿음의 부재, 무지, 실패 따위에 불과해서, 결국은 무력감에 땅을 깊게 파내려가고픈 충동이나 들었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내가 딛고 선 곳이 파내려갈 수 있는 땅인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이곳은 머리와 모자 사이의 여름밤이지, 아직은 다른 아무것도 아니었다. 또한 여기에는 누군가와 의심의 덩어리 하나를 소매 안에 숨긴 나, 그리고 여름새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나는 드러누워 위를 바라보았다. 별들이 구멍이라면 모자 바깥은 반드시 밝을 것이다. 별빛은 아마도 나누어진 수억 개의 햇빛일 것이다. 그 사이를 날던 여름새가 아주 길게 울었다. 새의 배쪽은 기름띠처럼 무지개빛 광택을 띄고 있었다. 그 광택이 수면의 파문처럼 새가 울 때마다 넓게 퍼져나가기를 반복했고 나는 그때 여름새가 단순히 명명 이상으로 여러 존재임을 어렴풋이 눈치채었다. 그런 존재를 뭐라고 말하는지는 역시 모르나 이번에 나는 누군가 또한 그런 것을 하나의 이름으로 명명하는 게 가능할지 의심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누군가는 해냈다. 그것은 여름새였다. 여름새의 울음은 차갑기도 했고 높낮이가 노래와도 같았으며 다만 바람은 아니었다. 별빛을 통해 여름새의 울음이 가는 국수가락처럼 빠져나갔고 멀리서, 이 모자를 나가 아주 멀리서 보면 그것은 위로 자라는 어떤 뿌리나 가지, 고드름처럼도 보이리라. 나는 소매 안에서 꾸물꾸물 흘러나오려는 것을 추슬러 다시 잘 담은 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최대한 사지를 휘둘러 정체된 여름밤의 대기를 휘저으려 했다. 유용했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나는 모자를 벗기 위해 손을 들었다. 그렇게 하기 전에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묻는다.

“모자를 벗어도 되나요?”

누군가는 고개를 저었고 나는 공손하게 두 손으로 모자를 들어올린다. 의심이 팔뚝을 따라 겨드랑이 안쪽으로 흘러들고 예의바르게 밤이 걷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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