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중을 부유하는 희끄무레한 것들을 쫓는 눈동자에 속눈썹이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노랗게 여문 햇빛이 고요하게 늘어지는 오정을 넘긴 시간에 여자는 성모상 앞에 낮게 무릎을 꿇고 백색의 동정녀를 담던 시야에 눈꺼풀을 내려 어둠을 불렀다. 그러나 암흑보다 다정한 어둠 속에서도 성모는 언제나 희게만 존재해, 여자를 비참하게 만들곤 했다. 샤론의 꽃, 순결한 백합화, 자비로운 성모와 마주하는 어둠 속에서도 여자는 성모의 창백한 두 뺨, 핏기 없는 입술, 감긴 적 없는 두 눈, 매끄러운 손가락을 따라 흐르는 냉기를 느낄 수 있었고 뼈마디가 저리도록 시린 그 냉기가 여자를 고해토록 만들었다. 그러나 긴 어둠을 헤매던 여자가 마침내 고해를 시작하기까지 입술은 언어를 잃은 벙어리처럼 몇 번이고 붙었다 떨어져야만 했다. 그 깊은 망설임 끝에 작게 터트리는 소리에는 죄악을 견딜 수 없어 고해하는 죄인, 성소를 더럽히는 순례자의 비참한 색이 짙었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저에게 다음과 같은 것을 허락하소서.
살이 썩어가는 나환자처럼 모두가 저를 피하게 하시고,
사지가 절단된 환자와 같이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게 하시고,
두 뺨을 떼어내어 그 위로 눈물이 흐를 수 없도록 하시고,
입술과 혀를 짓찧으시어 그것으로 죄를 짓지 못하게 하시며
...
...
영원히 순결에 바쳐진 부분을 능욕하여 어떤 자부심도 갖지 못하게 하시며,
저를 치욕 속에 있게 하소서.
죄인의 오랜 기도문은 여린 트레몰로로 늘어진다. 애달픈 고해를 마친 여자는 원죄를 뒤집어 쓴 첫 죄인과 같이 떨리는 손으로 핏빛 립스틱을 찾아 종전까지 자비를 구하던 입술을 물들였다. 형편없이 떨리는 두 손으로 베일을 벗어내면 검은 머리칼이 탐욕의 죄악처럼 와르르 쏟아진다. 쏟아진 죄악을 받아낸 여자는 상처 입은 짐승처럼 비척여 일어나 백색의 성모에게로 두 손을 뻗었다. 차게 식은 두 뺨을 사랑스럽게 감싸고 고개를 기울여 단단한 입술에 붉은 색을 묻혀냈다. 찰나의 망설임은 밀려드는 달큰한 죄악의 과즙에 녹아 사라지고 여자는 첫 과실을 탐하는 에덴의 첫 여인처럼 번져드는 난색을 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