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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육면체의 공간에 반듯한 수술용 침대가 하나, 그 위에 단정히 눕힌 카데바-아니, 아직 숨이 붙었나?- 하나, 허리 높이의 바퀴 달린 테이블이 또 하나, 가지런히 빛을 발하는 수술 도구가 몇 개, 그 옆에 선 이의 수술용 마스크 위로 드러난 눈이 두 개. 그 손에 들린 주사기가 또 하나. 투명한 액체를 그득 담은 주사기는 콧노래를 따라 지휘봉이 되곤 했다. 눈을 내려 감고 사붓하니 지휘하는 손길을 따라 숨기는 것 없는 말간 약물이 철렁였다. 피아노 따위의 건반을 눌러 음을 내는 것처럼 묶인 팔뚝을 경쾌하게 더듬어 오르다 툭 불거진 핏줄을 찾으면 예리한 첨단이 살을 찢고 파고든다.

 

아야, 따끔해요. 자, 약 들어갑니다.

 

창백한 백열등으로부터 쏟아진 빛방울이 바닥으로 낙하해 두터운 비닐 위로 튕겨 구른다. 흉흉한 이채를 담은 깊은 눈동자가 빛줄기에 번뜩이는 순간, 종전까지 휘두르던 주사기를 내려두고 손에 쥔 것은 파르라니 빛나는 메스였다. 몇 번 고개를 까딱인 이는 눈을 내려감고 메스날을 활 삼아 바이올린 켜는 흉내를 낸다. 격정적인 연주는 필시 생의 찬미여라! 클라이맥스를 향하던 활질이 한순간에 박제로 남는다. 공간에 박힌 채로 한껏 고개를 쳐들고 내려 뜨는 두 눈깔에 노란 기운이 돌았다.

 

"사실 사람들은 모두 죽어가고 있어. 태어난 순간부터 호흡을 연소해 죽음이라는 종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잖아. 마치 폭주 기관차처럼!"

 

천기를 누설하는 듯 작고 작게, 더 여리고 여리게 속살이는 소리는 트레몰로! 알레그로! 가파른 포물선을 그리며 오른 문장은 정점에 이르러 뚝, 끊겨 정지하고 마저 두 호흡을 침묵한 끝에 메스날이 허공을 가르는 듯 부드럽게 살결을 따라 그림을 그린다. 시린 금속성의 붓질을 따라 넘실이는 주단(朱緞)이 발밑에서 질척였다. 공간을 채우는 서정적인 선율을 담은 붓질에 붉게 아가리를 벌린 몸뚱이를 바라보는 것은 가장 아름다운 예술을 감상하는 사랑스러운 눈길이었다. 다시 없을 작품이라 찬탄하는 눈빛은 세밀한 신경선을 타고 손끝으로 점염되어 창백히 누운 피사체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내린다. 예수께서 가라사대, 네가 다시 태어나야 하리라. 막힌 귓가에 뜨끈한 입술을 붙이고 오랜 경전을 읊는 소리는 깊은 곳에서부터 낮게 끓어올라 짐승의 탄식처럼 터지고 보드라이 쓸던 머리칼을 일순간에 움켜쥐는 손등에는 힘줄이 흉흉히 불거진다. 깔깔! 경박스럽게 터지는 웃음과 함께 고개를 쳐든 낯짝이 희미한 광기로 번들였다.

 

"종말은 강도같이 들이치리라! 주여, 날 구원하소서! 내 죄를 사하소서! 내가 어미의 태로 다시 들어가나이다!"

 

모든 탄생은 폭력적인 고통을 수반한다. 수치를 모르고 붉게 헤쳐진 태에 머리통을 들이미는 것은 폭력과 함께 태어날 새 생명의 태동이었다. 보소서, 랍비여. 내가 다시 태어나리이다. 어린 아이 웃음 터지는 소리가 온통 새하얀 공간을 채워 울린다. 창백한 빛줄기가 부옇게 번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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