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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눈을 감으면 떠오른다. 불안정하게 호흡하며 주위를 둘러보면 분명 어제도 왔었던 그곳에 나는 덩그러니 놓여져 있다. 호흡마저 갑갑해지는 침울한 풍경이 낯설지가 않다. 어제도 그 전에도 또 그전에도 이곳은 맑았던 적이 없다. 인적마저 드문 어느 깊은 숲 속의 높은 성, 신비롭게도 나뭇잎은 울고 있는 듯이 파란색으로 물들어있고 정원의 꽃들은 창백한 무채색이어서 만개했음에도 시들어 있는듯한 느낌이 들어버린다. 그곳에서 당신은 오늘도 시들어버린 풍경을 바라보는 걸까. 하얀 발코니 위의 하얀 드레스를 입은 순백의 소녀. 작은 티아라는 빛나고 있지만 눈동자는 초점 없이 흐릿해서 그 눈을 바라보면 나는 또 한없이 가슴이 아파온다. 벌써 당신을 만나러 온지가 얼마나 되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데 나는 한없이 이곳으로 돌아온다. 조금이라도 당신에게 다가서려 하면 가시가 나를 옭아매는 듯 고통스러워지고 이곳은 우울하고 답답하지만 다시 돌아올 수 밖에 없는 곳. 숨이 멎어버리더라도 나는 또 다시 당신을 찾아 이곳에 도착하겠지, 이 영혼의 영원한 주인이 있는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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