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막에서>
언제부터였더라.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 오래도록 이 길을 걸었다. 끝이 보이지 않았다. 같은 곳을 계속 돌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들면 하늘은 짙푸른 색이었고, 그곳에는 수많은 별들이 박혀 있었다. 은하수는 강처럼 흐르고 있었고, 달은 언제나 초승달이었다. 차오르지도, 줄어들지도 않았다. 고개를 숙이면 회색의 모래가 보였다. 달빛 때문인지 반짝이는 모래를 맨발로 밟으며 걸어갔다. 발가락 사이로 흐르는 부드러운 모래알갱이들로 인해 간지러웠다. 그런 탓이었다. 지나온 길을 구분할 무언가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무생각 없이 모래 위를 걷다가 문뜩 뒤를 돌아보면 내 발자국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발자국은 어째서인지 하얗게 빛났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곳이니 모래는 밟힌 모습 그대로였다. 먼 곳까지도 이어진 발자국들을 보며 내가 같은 곳을 돌고 있지는 않구나, 하고 막연하게 확인했다.
다시 뒤로 돌아가 보려고 했던 적이 있었다. 몸을 뒤로 돌려 걸어가려는 내 발을 누군가 붙잡았다. 화들짝 놀라 아래를 바라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그럼에도 발은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가던 길을 계속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멈춰서볼까도 싶었지만 그냥 계속 걸었다. 저 앞에서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이곳은 소리가 없었다. 모래를 밟아도, 손에 쥐고 비벼도 아무 소리가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 목소리까지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말을 내뱉으면 귀에 들렸다. 소리를 지르면 그것은 멀리까지 퍼져나갔다.
처음에는 끊임없이 말을 했다. 들어주는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걸 깨닫고도 한동안은 계속 그랬다. 적막함은 익숙하지 않았다. 너무 조용해서 미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온갖 이야기를 하다가 마지막에는 노래를 불렀다. 어린 시절 불렀던 동요들까지 기억나는 노래를 전부 부르고나니 지쳤었다.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괜찮을 정도로 고요함에도 적응해버렸다.
갑자기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사막이라고 확신하고 있던 곳에 눈이 내리자 당황스러웠다. 눈이 아닌 다른 것일까 싶어 손을 뻗었다. 손바닥에 내려앉은 눈송이는 녹아서 작은 물방울이 되었다. 진짜 눈임을 확인하자 당황보다는 반가움이 더 커졌다. 내가 살고 있던 세계가 맞구나 싶었다.
눈이 내려 하얗게 변해버린 길을 걷고 있자 이번엔 노래까지 들렸다. 처음 들어보는 노래지만 익숙했고, 저절로 따라 부르고 있었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들어봤던 노래였을까?
끝까지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이곳의 변화가 달가우면서도 불안하고, 무서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