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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화 부스에 있던 인어 예쁘지 않아? 어느 종이지?"

"글쎄. 요즘은 열대인어 많이 키우던데. 그건가?"

G는 미련이 가득한 얼굴로 자꾸만 전화 부스를 돌아보았다. 사면이 막힌 전화 부스에는 물이 가득 채워져 있었고, 바닥에 색색의 조약돌이 깔려 있었다. 인어는 꼼짝도 않고 그 중앙에서 둥둥 떠 있었다. 눈을 깜박이는 것을 보면 살아있는 듯 했지만, 움직임은 전혀 없었다. 마치 박제해 전시된 것 같았다.

"너 키우고 있는 인어도 있잖아. 인어 많이 키우면 서로 싸움 붙는다고 했어. 욕심 부리지 마."

G는 그제야 입맛을 다시고 전화 부스에서 시선을 떼었다. 여전히 아쉬운 표정이었으나, 고집을 부리지는 않았다.

그는 소문난 인어 애호가였다. 키우고 있는 인어도 있었다. 그는 자신의 인어를 한참이나 들여다보는 것을 좋아했다. 인어의 꼬리에는 선명한 붉은색에 벚꽃과 같은 분홍빛이 맴돌았다. 바다였다면 그 꼬리를 흔들며 헤엄치는 것이 장관이었을 텐데 좁은 수족관 안에서는 그 몸을 겨우 비틀어 방향을 바꾸는 것이 전부였다. 그녀의 눈은 자수정이었고, 손은 석고였다. 그녀는 인어 중에서도 훌륭한 외모를 자랑했고, G는 그녀를 본 순간 비싼 돈을 주고 사들여 제 방에 두었다. 그러나 그녀가 자랑할 만한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그녀의 눈물이다.

눈물이 흘러나와 턱 끝에서 맺혀 떨어지는 순간 보석이 되었다. 그것은 모든 인어들의 공통점이었으나, 그녀의 눈물은 특이하게도 붉은색이었다. 가넷, 루비, 붉은색 다이아몬드가 수족관 바닥에 떨어졌다.

G가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녀의 성대를 수술시키면서였다. 인어의 노래는 듣기 거슬렸다. G는 당장에 그녀의 목소리를 없애버렸고, 그녀는 울었다. 그리고 그 눈물은 붉은색이었다. 그 후로 G는 그녀를 종종 울리곤 했다. 따가운 바늘이 몸을 찌르고 잉크가 그 안을 채운다, 그녀의 몸에는 이미 수많은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내가 여태껏 본 것 중에 제일 아름다워."

이번에 새긴 것은 피안화 모양의 붉은 문신이었다. 석고같은 팔뚝에 아름답게 새겨진 그림을 보고, G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친구는 그것을 보고 혀를 쯧 찼다. 그는 G의 악취미를 좋아하지 않았다.

“너무 괴롭히지 마.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잖아.”

G의 친구는 그에게 경고했다. 물론 그는 친구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친구는 혀를 찰 뿐 굳이 말리려고 들지는 않았다.

"네 피도, 보석이 될까?"

G는 잠자리의 날개와 머리를 뜯고 꿈틀거리는 모양을 보는 그런 어린아이와 같은, 호기심 가득하고 잔인한 사람이었다. 그에게 악의는 없었다. 그는 남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즐거워하는 변태가 아니었다. 순수한 호기심 약간과, 주체할 수 없는 탐욕으로 이루어진 존재였다. 그는 물질주의자인 동시에 색욕가였으며, 수집가였다.

그가 들고 온 것은 과도였다. 날카로운 칼날은 바다에는 없는 것이었고, 그녀는 그 물건에 대해 가벼운 시선조차 던지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팔뚝을 그었다. 그녀가 울었다. 하지만 피는 만족스럽게 흘러나오지 않았다. G는 망설이지도 않고 한 번 더 그었다. 깊게 그었다, 피가 철철 흘러나올 때까지. 그녀는 비명을 지르고자 했으나 그녀의 목소리는 수술대 위에서 메스가 빼앗아 간지 오래이다. 입만 벌리고 눈물을 흘렸다. 눈물은 언제나와 같이 붉게 물들어 수족관의 바닥에 맑은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피가 흘러나왔다. 그가 만족할 만큼. 피는 흘러내려 떨어지며, 팔뚝에 맺혔다. 맺힌 것이 떨어지며 붉은 보석이 되었다. 그 어느 것보다 아름다운 색이었다. 투명했다. 안이 들여다보일 만큼 맑고 투명했으며, 컸다. 가넷도 루비도 다이아도 아니었다. 감정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것의 가치는 어마어마할 게 분명했다. G는 천진한 웃음을 지으며, 상체를 굽혀 수족관 안에 팔을 집어넣었다. 떨어진 보석을 손에 집었는데, 목소리를 잃은 지 오래이던 그 인어가 비명을 질러대었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전화 부스에 들어있는 인어도, 맞은편 아파트의 인어도, 모두가, 노래를 하듯이 비명을 질렀다. 그녀가 G를 바라보았다. 물갈퀴가 달린 손이 G의 팔을 세게 붙잡았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처럼.

 

[ 지난 저녁, 그리드씨가 자택에서 익사한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

 

문을 열자 진하게 물감을 탄 것 같은 붉은 물이 쏟아져 나왔다. 문 밖으로 나오자마자 그것은 보석이 되었다. 수천 수 만개의 작은 보석들이 되어, 서로 부딪히는 맑은 소리를 내며 쏟아져 나왔다.

 

[ 정부는 본 사건으로 인어의 학대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

 

그리드는 숨이 멎어있었다. 온 몸이 붉게 물들여져 있었으며, 옷을 들추자 붉은 보석들이 쏟아져나왔다.

 

[ 인어의 불법 포획에 대한 규제가 심해질 듯 하며... ]

 

그러나 아름다운 붉은 꼬리의 인어는 온데간데 없었다.

 

[ 불교 단체에서는 인어를 방생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많은 인어들이 원래의 집을 찾아 떠나갑니다. ]

 

그리드는 보석에 익사했다.

 

[ ...이상으로, 9시 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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