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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떠나고 여러 달이 졌다.

나의 변화는 너로부터 기인한다.

너는 사슴을 유달리 좋아했다.

목이 길어 슬픈 짐승을 들어 너는 슬픔이 아름다운 이유를 얘기했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나는 잠자코 들으며 긴 손가락으로 숫자를 셌다.

네가 떠나고 나는 내 긴 발가락을 볼 때마다 네 생각이 났다.

네 생각을 하는 건 죄를 짓는 일이었다.

죄의 가짓수가 늘어날 때마다 머리에서 뿔이 자랐고 손톱 발톱이 길어 짐승같이 될 때까지 오랫동안 몸을 웅크렸다.

너는 뼈가 곧아서 예뻐 네가 숨을 쉬는 곳마다 나는 그 곁에 있을 거야.

왜 네 생각이 나는 밤이면 유난히 새벽이 긴 걸까.

혼자 있는 새벽이면 아무도 나를 위로해주지 않았다.

슬픔이 아름답다면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물이었고 나는 언제든 네가 돌아와 내게 참 아름답구나 하고 말해주는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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