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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어딘가 필이 꽂힌건지 앨범을 뒤적였었다. 그러다, 문득 너의 얼굴을 보았다. 8년넘게 소꿉친구였던 너와는, 내가 이사를 간 뒤로 연락을 아예 안하고있었다.

 

"...잘 지내려나"

 

폰번호는 주고받은터라 정말 간만에 전화를 걸었다.

긴 수화음 뒤에, 딸깍 하는 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소미?"

"나야! 잘 지냈어?"

"응! 잘 지냈어, 순간 놀랐어, 네가 전화걸줄은 몰랐거든.."

 

윤영, 내 친구이름이었다. 나랑다른취미에, 다른성격. 그렇지만 우린 잘 통했고, 항상 함께했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

"으응.. 사진찍어. 나 사진사가 꿈이거든"

"정말? 보여줄수있어?"

 

의외였다. 작가가 꿈이라고 했었는데,바뀐걸까

 

"나,카톡으로 보낼게"

"알았어!"

 

곧 사진들이 올라왔다.

풍경,음식들이나 아이들과 동물들,다양했다. 정말 자연스럽고,고심해서 찍은것같았다

 

"..잘찍었네"

 

마지막 사진은 강물을 찍은것이었다.발도 살짝 보였다.

 

'잘 찍었네,재능 충분히 있는거같아'

 

그런데,좀처럼 답장이 오질 않았다.

 

"...바쁜건가?"

 

아쉬웠지만 고3은 충분히 바쁠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폰을 껐다.

SNS에서 친구랑 간만에 연락했다느니,사진 좋았다느니 말을 늘어놓다가,공부하다가,학원가다가,그렇게 나머지 시간을 때웠다. 피곤함에 지친 몸을 이끌고서 욕조에 몸을 담갔다. 퍼져나가는 물결과 둥둥떠가는 고무오리를 보다가 문득 그 강 사진을 떠올랐다

그러던 순간, 한순간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강 사진에,물에 비쳐지는 그녀의  모습이 없었다.발만 찍혀져 있었을뿐 사진을 찍고있는 모습이 전혀 보이질않았었다.잘못본건가? 곧바로 욕조에서 뛰쳐나와 몸을 대충닦고서 목욕가운 차림으로  폰을 켰다

톡방에 들어가봤다. 차라리 이것이 잘못본것이라고 믿고싶었다. 자신의 말밖에 없었다. 사진과 친구의 말은 전혀 없었다.

 

"그럴리가..아,"

 

사진을 저장해두었다. 갤러리에서 저장한 사진을 본 순간,

난 까무러칠뻔했다.

친구가 보여준 사진은 온데간데 없었고 어린 내가 차에 치여진채로 피투성이가 되어있는 모습이었다.

 

"...어째서야..?"

 

다음사진은 장례식장에서 울고있는 그녀의 모습이었다. 영정사진은 나의 사진이었다.

 

"..내가 헛것을 보는건가.?"

 

다음사진,그녀가 자신의 앞을 보고있었다.

그 다음사진,어떤 새카만,연기로 만든듯한 손 이었다. 그녀에게 손을 뻗는듯했다.

마지막 사진,그 손과 그녀의 손이 맞잡은 모습이었다.

 

난 그 자리에서 오열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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