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걷는다.
소녀의 책임은 새벽을 가져오는 것이었다.
어둠으로 물들어있는 하늘에 얇은 선을 그리는 발을 내딛으면 자그마한 손에 들린 천들이 어깨위로 흩날렸다.
빛을 끌어와 만드는 보랏빛 길.
그리고 자신이 만든 길을 따라오는 태양을 끄는 자.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당신은 어떤 걸음걸이로 나의 길을 걷고 있나요.
자신에겐 너무 눈부신 태양의 빛을 마주하지 못하는 소녀는,
조용히 밤의 표면을 걸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