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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고 있는 지도 몰라. 어깨를 으쓱 했다.
아니면 올라가고 있는 지도 모르지. 수업시간을 쪼개가며 빗어내린 머리칼이 허공에 남실거렸다.
여느 아이들과 다르지 않게 줄인 치마가 바람에 흔들렸고, 내 등에서 붕떠오른 책가방은 들은 것도 없는 주제에 신나게도 덜걱거렸다.
언제 열렸는 지 모를 책가방 속에서 학용품이 쏟아져 내렸다.
이렇게 하나씩 뱉어내다, 언제가 온다면 남은 것 없이 처음으로 돌아가게 되겠지.
열려있는 책가방 속에서 떨어지는 것은 나의 부속품 일 지 몰랐다.
다시 태어난다면 꽃이 좋을까. 쥐고 있던 가방끈에서 손을 놓았다.
눈을 감는 순간,
나에게 밤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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