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사막>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듯 해, 뒤를 돌아보았다.
차가워진 뺨을 할퀴는 바람. 칼바람 사이로 나부끼는 머리칼이 시야를 가렸다. 손을 뻗어 머리칼을 걷어냈다. 이 곳은 광활한 사원(沙原). 흰 모래가 언덕을 이룬 겨울. 검푸른 물감이 쏟아진 하늘에는 별 한 점 없다. 저 위에 홀로 빛나는 달. 그러나 아스라이. 언제라도 꺼질 수 있다는 듯 달은 멀어져만 간다. 사위가 고요하다. 아니…… 소리가 많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세간의 소리. 자신에 대한 그들의 시선. 달은 멀고 해는 떠오를 기미가 없다. 쑥덕이는 말들. 비웃는다. 경멸한다. 찔러죽인다. 쏘아죽인다. 짓밟는다!
그 사이를 뚫고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헛소리로 가득찬 허공을 비집고, 다시금. 제 이름을 불러주었다. 어느 순간부터 들려오는 자그마한 목소리. 새하얀 모래 바다를 사이에 두고, 그보다도 지평선이 더 가까운 지짐에서. 나를 부른다. 멀리 몸을 돌린 인영이 보였다. 서로 다른 방향. 서로 다른 이상. 서로 다른 환경. 그가 걷는 곳이 칼날같이 서늘한 하늘 끝이라면, 저이가 걷는 곳은 혼마저 사르는 땅 끝이리라. 극과 극. 맞닿을 수 없는 먼 곳. 그러나 내 등에는 네 온기가 닿는다.
광활한 세상. 그 안에 숨은 작은 온기 하나.
언젠가는 이 온기조차 사라지겠지. 숨결이 얼어붙고 기억마저 갈라지는 순간이 오면, 나는 너조차 잊어버릴 터다.
그러나 멈춘 발을 다시 들어 모래에 파묻는다. 발가락 사이로 날카로운 모래가 스며든다. 발이 베여도 나는 간다. 소리를 맨 바람이 귀를 메워도 나아간다. 앞으로. 더 앞으로.
아직도 등 뒤의 온기를 간직한 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