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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élancolie ( 불 :우울, 침울, )

 

쏴아아-쏴아아- 장대비가 줄기차게 내렸다. 내리다 못해 퍼 붇는 정도로 하늘에서 떨어졌다. 모든 숨 쉬는 것들이 사라진 시간, 정원, 힘겹게 서있던 가녀린 마르멜로 나무는 끊임없이 비를 견뎌내야 했다. 흰색의 테이블을 굵은 빗줄기가 때리며 만들어내는 파동, 빗물과 섞여서 찻잔 밖으로 넘쳐버린 얼그레이는 제 색을 잃은 채 희미한 주홍빛이 되어 버린 지 오래였고 뚱땅뚱땅 떨어지는 빗줄기가 물이 고인 은색 트레이와 부딪혀 묵직하고 괴상한 소리를 냈고 그 안에 담겨져 있던 금색의 얇은 초대장은 물에 잠겨 흐믈흐믈 해진지 오래라, 한 번 이라도 빗방울이 강하게 떨어지면 곧 찢어질 모양새였다.

마르멜로의 얇은 가지에 매달려있던 연분홍의 꽃들이 파르르 파르르 제 몸을 떨며 고개를 숙인다. 세찬 빗방울에 겨우 매달려있던 꽃들은 이내 잔디로, 테이블 위로, 의자 위로 축축 떨어져버렸다. 한 두 송이씩 떨어지던 것은 강한 바람 한번 불자 우수수 휘몰아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연약한 것들은 모두 부서트리고 망가트리며 언제 그칠지 기약도 없던 장대비는 곧 천둥번개까지 치며 더욱 요란스레 졌고 얼마나 지났을까, 심상찮던 분위기를 갑작스레 몰고 온 돌풍이 그러했듯 순식간에 제 모습을 감춰버렸다.

비가 지나가고 맑아진 하늘에도 여전히 해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사방은 어두운 채였다.

매달고 있던 꽃은 전부 떨어져 더없이 앙상한 마르멜로나무와 물이 잔뜩 고인 식기들이 가득한 테이블, 물속에서 갈기갈기 찢어져버린 초대장. 그 무엇보다 볼품없어지고 초라해진 테이블의 모습에는 처음의 달콤하던 흔적은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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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gnon ( 불: 사랑스러운, 귀여운, 예쁜 )

 

부드러운 흰색과 시원한 푸른색을 섞어놓은 밝은 하늘에는 솜사탕 같은 보송보송한 구름이 둥둥 떠다닌다. 햇빛은 적당하다 싶을 정도로 찬란하게 빛나며 초록잔디밭에 내리 쬐이고, 저 멀리 자리 잡은 작은 동산을 타고 넘어온 실바람은 여린 잎사귀들을 스치듯 지나갔다.

인기척 없는 조용한 분위기에 경계심 많은 야생동물들이 하나 둘 숲속에서 살금살금 모습을 드러낸다. 포송포송한 갈색 털의 토끼무리와 그보다 작은 다람쥐, 답지 않게 조용하게 걸음을 옮기는 비글 한 마리. 저 멀리서는 작은 새들이 날아와 정원에 놓여있는 흰색 테이블 근처로 자리를 잡았다.

깨끗한 테이블에 놓인 빨강색 작은 산딸기그림이 그려진 찻잔에는 맑은 주홍빛의 얼그레이가 담겨져 실바람에 가볍게 찰랑거렸고 코끝이 아릴정도로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디저트들이 그 주위를 더욱 풍성하게 보이게 해주었다. 빛나는 붉은빛의 체리 콤포트, 바삭한 파이와 노란 커스터드크림, 싱싱한 딸기가 어우러진 밀푀유 오 프레즈, 제철과일이 듬뿍 올라간 타르트 오 프뤼, 쇼콜라 제누아즈 위에 덮힌 글라사주가 눈부시게 광택을 내는 주코토 그리고 온 갖가지 색의 바삭한 마카롱까지.

테이블 위에 올라서 금색 초대장이 놓여 진 트레이와 얼그레이가 담긴 찻잔, 화려한 디저트들 사이사이 까지 분주히 서성이던 작은 동물들은 제 몫의 과자들, 케이크들을 한 조각씩 집어 들고 비글이 앉아있는 의자근처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자리를 잡고 앉아 저들만의 시간을 가지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시트롱타르트를 베어 먹던 다람쥐, 땅에 떨어진 애플파이를 갉아먹는 토끼들 앞다리에 주둥이를 묻은 채 가만가만 눈을 깜빡이는 비글은 제 위에서 작은 새들이 총총거리며 뛰어다니는 건 관심 없다는 듯 크게 하품을 내뱉었다.

멀리서 불어오던 실바람이 비구름을 동반한 돌풍이 되어 분위기를 바꿔 놓는 건 순식간이었다. 짙은 회색에 검은색이 뒤죽박죽 섞인 먹구름이 밝은 하늘을 천천히 가려오기 시작했고 쿠릉,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것인지 작은 새들이 제일 먼저 날개를 퍼덕이며 숲으로 날아 가버렸다. 코를 킁킁이며 냄새를 맡던 비글도, 작은 몸을 재빠르게 움직여 뛰어가는 다람쥐도, 그리고 한 무리로 나타난 토끼들도 서둘러 저들이 왔던 숲으로 사라져 버렸다. 숨 쉬는 것들이 사라진 정원 위로 남은 것은 어두컴컴해진 사방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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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ir ( 불 : 검은 )

 

하늘에 짙은 먹구름이 끼어 땅에 어두운 그림자가 내려앉았다, 재떨이에 곧게 놓인 감색 여송연의 잘 다듬어진 끝이 붉게 달아오르자 불투명한 하얀 연기가 굵게 흘러나와 흔들흔들, 이리저리 흔들거린다. 묵직한 향기가 순백색의 티 테이블 위를 돌고 돌아 술이 반쯤 채워진 코냑병 위로 사라지고 만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냑병 옆에 놓인 찻잔에는 오렌지향이 풍기는 짙은 주홍빛의 얼 그레이가 담겨져 있고 은색의 트레이에 는 홍차와 곁들일 디저트 대신 유연하고 우아한 곡선의 흑색 레터오프너와 어둡게 빛나는 금색의 초대장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부드러운 천으로 만들어진 흑색의 중절모는 티끌 한 점도 묻지 않은 채 티테이블과 한 쌍으로 이루어진 철제의자의 손잡이에 비뚤게 걸려 있어 바람이 가볍게 훑고 지나가기라도 하면 금방이라도 흙바닥으로 추락해 버릴 듯 위태위태한 모양이었고 의자 바닥에는 차가운 색으로 빛나는 작달막한 잭나이프가 날카로운 빛을 반사하며 제 존재를 여실히 나타내고 있었다.

빠른 공기의 이동에 여송연의 불이 더욱이 붉게 달아오르더니 가늘고 긴 연기를 흘려보낸다. 끊어지다 이어지다를 무수히 반복하며 얇고 희미한 생명 줄을 이어가던 여송연의 연기는 바람을 타고 크게 원을 만들며 은색 트레이 안의 유연한 검은 레터오프너와 금색 초대장 위를, 오렌지 향이 나는 주홍색의 얼그레이가 담긴 찻잔의 손잡이 사이를, 반쯤 채워진 술이 출렁거리는 투명한 코냑병 주위를, 티테이블 주위를 재빠르게 돌아다니다 종래에는 먹구름 낀 하늘 위로 그 자취를 감춰버리고 말았다. 그리곤 하나 둘 씩 떨어지는 빗방울들이 심상치 않을 전조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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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순서 귀여움-누와르-처연함

 

1)귀여움

⚫부드러운 흰색과 시원한 푸른색을 섞어놓은 밝은 하늘에는 솜사탕 같은 보송보송한 구름이 둥둥 떠다닌다. 햇빛은 적당하다 싶을 정도로 찬란하게 빛나며 초록잔디밭에 내리 쬐이고, 저 멀리 자리 잡은 작은 동산을 타고 넘어온 실바람은 여린 잎사귀들을 스치듯 지나갔다.

-> 날씨의 변화로 시작.

 

⚫테이블 위에 올라서 금색 초대장이 놓여 진 트레이와 얼그레이가 담긴 찻잔,

-> 공통요소

 

⚫멀리서 불어오던 실바람이 비구름을 동반한 돌풍이 되어 분위기를 바꿔 놓는 건 순식간이었다. 짙은 회색에 검은색이 뒤죽박죽 섞인 먹구름이 밝은 하늘을 천천히 가려오기 시작했고

-> 날씨의 급변. 다음장에서 이어짐.

 

2)누와르

⚫하늘에 짙은 먹구름이 끼어 땅에 어두운 그림자가 내려앉았다

-> 이전 글과 이어짐

 

⚫주홍빛의 얼 그레이가 담겨져 있고 은색의 트레이에 는 홍차와 곁들일 디저트 대신 유연하고 우아한 곡선의 흑색 레터오프너와 어둡게 빛나는 금색의 초대장이

-> 공통요소

 

⚫종래에는 먹구름 낀 하늘 위로 그 자취를 감춰버리고 말았다. 그리곤 하나 둘 씩 떨어지는 빗방울들이 심상치 않을 전조를 보여주었다.

->다음장에서 이어지는 날씨.

 

3)처연함

⚫쏴아아-쏴아아- 장대비가 줄기차게 내렸다. 내리다 못해 퍼 붇는 정도로 하늘에서 떨어졌다.

->이전 장과 이어짐.

 

⚫찻잔 밖으로 넘쳐버린 얼그레이는 제 색을 잃은 채 희미한 주홍빛이 되어 버린 지 오래였고/은색 트레이와 부딪혀 묵직하고 괴상한 소리를 냈고 그 안에 담겨져 있던 금색의 얇은 초대장은 물에 잠겨 흐믈흐믈 해진지 오래라

->공통요소

 

⚫그칠지 기약도 없던 장대비는 곧 천둥번개까지 치며 더욱 요란스레 졌고 얼마나 지났을까, 심상찮던 분위기를 갑작스레 몰고 온 돌풍이 그러했듯 순식간에 제 모습을 감춰버렸다.

-> 모든 일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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