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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 정도 심호흡을 한 것 같다.

 

 "어서오세요!"

 

 가게를 가득 채우며 울리는 방울소리도, 도르륵 굴러가는 고운 목소리도 비춰져오는 햇살만큼이나  따사로웠다.

달짝지근한 향이 코끝을 짙게 찔러왔다. 작고 아담한 가게에선 온갖 화과자가 군침돌게 빛깔을 내비치고 있었다.

 남자는 어색한 듯 눈을 돌리던 것도 잠시, 금세 부드럽게 입꼬리를 올리곤 뭘로 드릴까요? 하며 해사하게 웃는 상대를 향해 말했다.  

 

 "아가씨가 하나 추천해 줄래요?"

 

 부드러운 눈동자의 여자는 고민하는 듯 눈을 깜빡이더니, 남자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양갱이에요. 다른 화과자처럼 예쁘지는 않지만, 손님 나이대의 남자분들은 많이 찾으니까요."

 

 열 개 정도의 양갱이 어여쁜 상자에 고이 든 채 하나하나 정성스레 포장되어 있었다. 남자가 즉각 그걸로 주세요, 하자

후후 웃으며 큰 종이봉투를 건네준 여자가 또 오세요. 하며 눈을 휘어 웃는다. 자신도 모르게 봉투의 끈을 꾹 움켜쥔 남자는 옅게 한 번 웃어보이곤, 아무렇지 않은 듯 가게를 걸어나갔다.

 

 

 "푸하."

 

 숨을 참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건만 남자는 괜시리 크게 숨을 내뱉었다.

한가한 공원 벤치. 화려한 종이봉투를 옆에 내려둔 채 난감한 표정으로 한참 무언가를 생각하던 남자는 두 손으로 얼굴을 세수하듯 쓸어내렸다, 

 어쩌면 봄을 타는 걸지도 모른다. 어울리지도 않지만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럴 리가 없다.

이렇게 유치하게 반응할 리가 없다. 그렇게 되뇌었었다. 그런데.

 

 "내가 미쳤지."

 

 종이봉투를 내밀던 여자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빙글빙글 돌아댔다.

사람에게 반하는 과정이 이렇게도 짧고 이렇게도 어이없을 수 있었던가. 자신은 미처 몰랐던 모양이었다.

그 가게를 찾아간 게 오늘로 보름. 나이는 야속히도 꾸역꾸역 먹은 아저씨가 이런 짓을 하다니 믿을 수 없다.

스스로 생각해도 기분 나빠서 또다시 몸을 떨었다. 어쩌면 좋을까.     

 

 돌연 아까 산 양갱을 하나 꺼내들었다. 부스럭거리며 붉은색의 포장을 벗겨내자 짙은 색을 드러낸 그것을 한 입 베어물자

고급스러운 단맛이 은은하게 입안에 퍼졌다. 남자는 양갱을 우물거렸다.  

 

 정말 이상하다. 뭐가 이상하냐면 먹은 건 양갱인데 어째 떠오르는 건 건네준 사람이라는 게 이상하다. 

여자의 웃는 얼굴은 피어나는 봄꽃처럼 향기로웠고, 목소리는 불어오는 봄바람처럼 산들거렸다. 

마치 봄 같은 사람이었다. 양갱을 한 입 베어물 때 마다 얼굴이, 목소리가, 몸짓이, 달콤히도 피어올랐다.

 다소 딱딱해 보이는 회색 정장의 안쪽에서 심장이 세차게도 뛰고 있었다. 더 이상은 부정할 수도 없겠다.

입 속도 머릿속도 모든 것이 너무 달았다. 남자는 꼴사납게 붉어질 것만 같은 얼굴을 황급히 가리며 마지막 한 입을 꿀꺽 삼켰다. 봄 햇살이 여전히도 따사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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