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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랑.

 

 

물소리가 들린다.

 

 

찰랑거리는 소리를 내는 물이 옷깃을 적시며 발치에서부터 차오른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찰랑거리며 차오른 물을 내려다보며 느리게 숨을 내뱉는다. 쏟아지는 물은 차갑고, 그 물에 공기도 차가워져 내뱉는 숨이 하얗게 얼어붙는 것이 눈에 보인다.

 

 

물이 차오르는 것에도 허망하게 위를 바라보았다. 위에서 쏟아지는 물을 자신이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저 허망하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차오른 물이 허리를 넘어서자 유리 꽃은 더는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유리 꽃은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을 쳤다. 살기 위해 발버둥 쳐봐도 쏟아지는 물줄기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아아. 한탄하는 목소리가 바람이 되어 꽃잎을 간지럽힌다. 

아아. 흐르는 눈물이 비가 되고 꽃잎을 적시고 꽃줄기를 타고 차오른다. 

그저 자신의 무력함에 몸을 떨며 유리 꽃이 소리 없이 외친다.

 

 

꽃잎은 물방울 가시에 찢겨 떨어져 내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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