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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돈이 시급한 검은 머리칼과 무엇을 보고 있는지 모르겠는 새까만 눈동자는 하얀 방과는 대조적이었다. 마치 하얀 티슈에 검은 잉크를 떨어트린 것처럼. 옷차림새도 깨끗하고 인위적인 손길이 많이 보이는 하얀ㅡ엄밀히 말하자면 지나치게 깨끗하여 정말 '하얀'ㅡ방과는 다르게 검고 거칠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방과 모두 다른 아이가 그런 방 안에서 무어를 하고 있느냐 묻는다면, 얇디란 실이 자신을 속박하는 듯이 목에 칭칭 감겨 있는 꼴이 퍽 우스워서 물음에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조금만 힘을 주어 끊어 버리면 얇은 실은 자신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고 맥없이 떨어질 터인데 붉은 실이 자신을 옥죄여 오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목에, 그리고 손목에 과할 정도로 감긴 붉은 실이 자신을 파고든다. 이미 있던 붉음을 또 다른 붉음으로 물들였다ㅡ상처가 나는 정도는 조금 미미할지언정ㅡ저의 가는 손 위로 검붉은 핏방울이 뚝 떨어진다. 핏방울이 그대로 흘러내려 흰 구두 위에도 떨어진다. 마지막으로 하얀 방 안에, 잡티 하나 없는 방 안에 검붉은 핏방울이 한 방울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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