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버시가 되자고 하지 않았소
손잡고 저승길에 같이 가는, 벗같은 가시버시가 되자 하지 않았소
나는 어쩌란 말이오
초야에 내릴 머리뚜레 아직 올리지도 못한, 생처녀인 나는 어쩌라고 급히 가셨소
다 모른척 흙 속에 계시면 좋습니까 누워계신 동그란 흙집이 우리 둘이 살 초가집보다 좋습니까 일어나 말이라도 해보시오
라일락 풀이 이렇게 살랑이지 않소
임 자리누운 저승 흙동산 위로도 쏟아지지 않소
시끄럽지 않습니까 이렇게 꽃비가 쏟아지는데 소란스럽지 않소
마음이 뭐가 그리 급해서 같이 가기로 한 길 혼자 가셨소
바슥바슥, 아롱아롱, 찢어진 나도 여기 놔두고 갈 테요
홀로 서역 삼만리 걸어가신 임처럼 나도 임의 흙집 둘러안고 울 테요
사랑하오, 사랑하오
아질리오
내 가슴이 아질리오
임계신 동그란 흙집 끌어안고 우는 내 뒷머리, 처녀뚜레 올라오지 못한 그곳에 꽃비가 내리니 임의 손길 같아 내 가슴이 아질리오
자리하셔서 내 눈물 받고 가소
서역 삼만리 가실 적에 목 타시면 자시라고 내가 임 누운 동그란 흙동산 끌어안고 울겠소
차갑진 않소
가시는 길 춥진 않소
카랑카랑, 내 머리털로 성긴 신이라도 삼겠소
발바닥이 벗겨지고 아프면 망설치 말고 일어나 나에게로 오오
내 다시 머리털을 잘라 엮어주리다
타 버린 목 축일 물이 필요하거든 얼른 그 안에서 일어나 나에게로 오오
내 다시 울어 주리다
파촉 삼만리 나를 밟고 내 눈물로 목을 축이고 먼 길 조심히 가소서
하늘 아래 홀로 만개한 내 시간의 향기에서 안식을 누리소서
지워지지 않을 불멸의 과거에 내 사랑의 이불을 덮고 영면하소서
나는 그대의 영면을 수놓는 과거의 꽃잎이 되겠소
세월의 바람에 찢겨가는 내 꽃잎의 시간이 흩어지기 전에
나는 기다릴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