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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로 오르는 디딤판은 유리상자로 만들어졌다.

상자는 동시에 어항이었고 단 한 마리의 관상어가 똬리를 틀었다.

발걸음을 내딛었을 때에야 달콤함을 알았다.

지느러미가 춤출 때 마다 설탕벽은 물 속으로 녹아내려 얇아져 있었다.

관상어의 작은 세계가 구두 아래서 깨졌다.

알이 고운 사탕들처럼 물방울은 멀리까지 구르고 바닥은 단내로 곱게 젖는다.

구두굽이 손끝처럼 파고들어 포장을 풀었다.

비닐처럼 달라붙는 지느러미와 흰 살점 완충재 속에서 주홍으로 옹골진 알집.

짓이겨져 흩어진 푸른 비늘이 폭죽의 잔해로 반짝였다.

멀어지는 구두에 은빛 내장이 리본으로 엉겨붙었다.

관상어의 아가미는 웃음처럼 헐떡였고 먼 곳에서 박수갈채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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