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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핀다고 하는 꽃들은 으레 이파리가 공중에서 연약하게 날리는 꽃이건만 동백은 아니더이다.

봉우리를 틔울 때부터 홀로 온전히 남아 떨어질 때에도 봉우리 째로

툭, 하고 꽃답지 않게 둔탁한 소리를 내며 떨어지곤 하지요.

뒤따르는 발걸음은 느리고도 무거워 그것을 밟으면 마치 살아있는 무언가를 밟듯 진득한 감촉이 느껴지곤 했어요.

당신은 그런 나를 보고서 고운 얼굴의 미간을 찡그리면서도 웃었지요.

너는 참으로 잔인하구나, 하고.

그 목소리의 잔상이 아직까지도 귓가에 걸터앉아, 나는 올 봄 또 하나의 떨어진 동백꽃을 밟고 말았습니다.

 

무언가 찢어지는 소리가 났었지요.

잔인하게도 찢기는 소리였지요.

분명 죽은 것은 꽃이었지만 글쎄, 무엇이 그리 안타까이 죽어버렸을까요.

발아래의 꽃을 다시 짓이기면 마음이 텅 비어버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비어버린 당신의 자리처럼 참으로 잔인한 소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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