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 처음 마주한 것은, 새카만 칠흑 속에서 제일 크고 밝게 빛나는 너였다. 너는 뒤척임 한 번 없었다. 그저 몸을 둥글게 말고서 나와 같은 이들의 중심에 버티고 있을 뿐이었다.
네가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을 한참이 지나서야 알았다. 내가 너의 주위를 두어 번 돌고서 내가 태어난 자리로 돌아올 즈음, 나는 네가 온몸으로 살아있음을 표출하는 것을 보았다. 꿈틀대며 반짝이는 너의 등이 바로 눈앞에 스쳤다. 그 빛에 홀려 나는 또 가만히 물러섰다.
[ 안녕. ]
이번에는 너에게서 제일 먼 자리였다. 나는 그 자리에서 너에게 첫 인사를 건네었다. 다시 너에게 가까워진다. 너는 소리 없이 눈을 깜빡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어리고 뽀오얀 푸른빛이 바삐 꿈틀거렸다. 너의 날숨에 닿아 다시금 멀리. 너에게 다시 돌아갈 것을 나는 안다.
나, 나와 같은 이들이 너를 맴돈다. 우리가 쉼 없이 너의 숨에 밀리고 이끌리기를 반복하는 동안에도 저 멀리 다른 이들은 꼼짝을 않는다. 너와 다른, 혹은 비슷한 색으로 빛나는 저들도 지켜주는 이가 있을까. 가까워질 방도가 없으니 알 도리가 없다. 너에게 다시 가까워지면 물어볼까. 혹시 너와 아는 사이일지도 모른다. 너와 아는 사이라면, 종종 소식을 들을 방도가 생기지는 않을까. 네가 그치지 않고 온몸으로 숨을 쉬는 것처럼, 저들도 온몸으로 숨을 쉬고 있기에 저런 빛을 내는 걸까.
너에게 다시 가까워졌다.
[ 내가 저 멀리 멀어져도, 다시 올 수 있을 거야. ]
반짝이는 너의 이마가 바로 눈앞에 스쳤다. 너는 소리 없이 눈을 깜빡였다.
우리는 너를 맴돌고 있다. 우리가 쉼 없이 너에게서 멀어지고 가까워지기를 반복하는 동안에도, 너는 거기에 있다. 너에게 다시 돌아올 것을 나는 안다. 너의 빛에 다시 이끌려 올 것이다. 그것에 홀려 또 멀어지겠지.
어리고 뽀오얀 푸른빛의 숨을 마주한다. 나는 또 멀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