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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수혈로 생존한다.

 

 

 

거리를 채운 사람들을 보라. 피를 빨린 채 비틀거리는 게 생의 전부였다. 살을 스치면 살고 싶어. 살고 싶어, 하는 비명이 환청처럼 응어리진다. 악몽에 물려 껍데기가 되지 않으려면 수많은 알몸을 밟고 일어서야만 했다. 막 안으로 들어선 자에게 물어보자. 당신은 각오가 되어 있는가.

 

 

 

... ... .

 

 

 

답을 미룬 채 고개를 들면 실처럼 얽힌 핏줄이 외곽을 돌아 들어간다. 끝에 웅크린 건 언제나 그의 시선. 한 번도 완성된 적 없는 다리는 비틀리고 꺾여 회랑에 전시되었다. 비명이 낭만처럼 떠돌 때도 있었지. 빗물과 피가 시대를 말하기도 했고. 하지만 이젠 모두 옛날 이야기다. 그에게 붙여질 이름은 오직 하나, 초라한 과거. 관객은 떠났다. 허울뿐인 박수는 어디서 기인하는가. 나는 커튼을 붙잡고 서 있다. 끊임없는 도주 끝에 멈춘 곳은 결국 그의 앞이었다. 그래, 나는 당신을 위해 태어났어. 당신은 새로운 이름으로만 살아났으니까. 그의 또다른 이름을 기억한다.

 

 

 

 

수혈.

 

 

 

그는 피로 생존한다. 그에게 손목을 물리며 나는 비틀거리기만 했다.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질문을 던지며 손목을 잘라냈다. 드러난 정맥이 썩어들어간다. 모든 꿈을 함구하는 이곳은 그의 안과 밖. 영원의 회랑. 빈 수혈팩. 어떤 이름으로도 설명되지 않을 그의 생에 경의를 표하며 문을 닫는다. 나와 당신이 살아가는 시간, 4분 33초. 이제 새로운 추락을 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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