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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산들 거리는 바람이 전해주는 것만큼 기다려지는 것은 없었다.
입춘이 지나 곧 있으면 경칩. 봄을 전해주는 바람에 고요함이 놀라 깨어난다.
살포시 지면을 밟았다.
아. 깨어났다.
따뜻한 바람이 들판을 얼려버린 얼음을 지고 산들거렸다.
얼음이 사라진 들판의 꽃이 바람을 따라 깨어나고 녹아버린 땅 속의 생명들이 꿈틀거린다.
봄이 깨어났다.
바람에 흔들이는 꽃과 풀잎이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다.
유순한 바람은 들판 위를 널뛰며 이곳에 봄을 전했다.
매년 그래왔던 것처럼.
다음에 또 올게.
바람이 떠났다.
얼음을 지고 떠난 바람이 있었던 곳에는 봄이 남겨져있었다.
바람은 곧 다른 곳을 살포시 밟았다.
방금 얼음을 지고 간 바람이 내려놓은 것은 얼음이 아니었다.
봄이었다.
바람은 아직 깨어나지 않은 봄을 지고 다른 곳으로 봄을 옮겨다 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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