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머리맡을 더듬었다. 자기 전에 놓아둔 귤 하나가 잡혔다.
손의 감각만으로 껍질을 까고 몇 조각을 입 안으로 털어 넣었다. 뻑뻑한 입 안에서 미끌미끌한 표면과, 까끌까끌한 섬유질이 엉킨다. 창문을 가리고 있던 두꺼운 커튼을 열어젖힘과 동시에 입 안 가득한 귤을 깨물어 터트렸다. 상큼하다 못해 쓴 맛이 가득 번진다. 주홍빛이 강렬하게 눈을 찌른다.
하루의 시작은 노을이 지는 6시.
곧 사라질 태양의 머리끝에 인사를 건네고 샤워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뭉개지고 눌어붙은 꿈들을 찬 물에 흘려보내며 비누로 닦아내어도 눈 밑엔 여전히 피로가 짙다. 쌓이다 못해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만 같다. 거울에 비친 모습은 쓰게 웃고 있다. 시선을 돌리고, 수건으로 물기를 털어내며 잡념도 같이 튕겨버린다.
창밖에는 태양 대신 희미하게 달이 보인다. 매캐한 한숨으로 뒤덮인 도시의 별은 하늘대신 땅 곳곳에서 빛난다. 낮의 활기참과는 다른, 밤만의 독특한 소란스러움에 잠시 귀 기울이다 자리에 앉았다. 수많은 생각의 엉키는 강 위로 작은 배를 하나 띄워 노를 젓는다. 굽이치는 강물에 노를 힘주어 넣을 때 마다 튀어 오르는 물방울에서 시큼한 냄새가 풍겨 나오다 이내 곧 희미해진다. 허기를 느끼고 고개를 들어보면 어느새 둥근 달은 중천을 넘겨 있다. 창문 틈으로 새어나오던 소음도 사라지고 고요한 새벽 공기만 발 언저리에서 감돌았다. 잠든 도시의 숨소리에 호흡을 맞춰본다. 그리고 다시 기묘한 강을 따라 여행을 시작한다.
일을 마무리하고 깍지를 낀 채로 기지개를 켰다. 귤을 하나 가져와 머리맡에 두었다.
밖은 벌써 푸르스름해지고 있다. 아침이 다가오는 것이리라.
하루의 끝은 동이 터 오는 7시.
커튼을 치고 누웠다. 수마가 파도처럼 밀려와 눈꺼풀을 덮고 나는 다시 검은 세상에 잠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