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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 내린다.
무심코 손을 뻗어 내리는 눈을 잡았다. 움켜쥔 손을 다시 펴도 눈은 보이지 않는다. 작은 물기와 냉기만이 남아 그 자리에 눈이 있었음을 증명했다. 진눈깨비가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조금이라도 바닥에 떨어지는 속도를 늦추고 싶어 하는 것만 같다. 땅에 닿는 순간 녹아 사라질, 쌓일 수 없는 눈. 손에 남은 물기를 털어냈다. 당신에 대한 미련도 이리 털어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스팔트에 스며들어 사라지는 눈송이들이 당신에 대한 기억이었으면 하고 바란다. 당신이 없는 빈자리에 들어찬 절망이 하루하루 나를 삼켜갔다. 변하지 않는다. 당신이 떠나고 내 걸음은 멈추었다. 홀로 그 시간에 얽매여 나아가지를 못한다. 결국 내게는 언제나 잔혹하기만 한 계절이다. 상실만을 되새기고 반복되는 악몽을 셈한다. 그러나 그 어떤 절망 속에서도 선명한 당신의 빈자리가 가장 끔찍해서, 끝내 당신의 그림자를 찾아 헤매다 주저앉고 마는 것이다.
미치도록 그리워서, 보고 싶어서,
……당신을 잊지 못해서.
눈으로 인해 점점이 젖어가는 땅에 눈물을 새긴다.
슬픔을 남긴다.
미련은,
떼어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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