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목소리가 없는 존재가 말을 건네왔다.
그렇기에 나는 이것이 실재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어쩐지 이 목소리가 늘 내가 생각하던 그것임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당신이 나를 생각하고 있기에 찾아와 봤어요.”
그것은 언제나 모호하게 빛나던 눈부심이었다. 구름보다도 아득히 멀고도 높은 곳에서 단숨에 코앞까지 다가왔다가 손등을 가볍게 스치고 도망가는 희미한 빛. 그것은 상상했던 것처럼 부드럽고 나긋나긋하지는 않았지만, 대신에 밝고 명랑한 울림으로 가만히 내 주변을 빙글빙글 맴돌았다.
“당신이 생각하는 저는 어떤가요? 가볍게 달리는 하얀 발목에 폭신폭신한 구름이 감겨드나요? 여기저기 별가루를 뿌리는 손길에선 미처 털어내지 못한 장미 향기가 나나요? 당신과 눈을 마주치고 손을 맞잡을 때마다 머리맡에서 바람이 불어 뺨을 간질이던가요? 당신이 떠올리는 저는 언제나 이렇게 수다스러워요? 항상 이런 모습이에요? 오늘은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해 주길 원해요? 당신이 저를 찾는 건 제가 좋아서인가요? 아니면 제가 속삭여주는 당신의 이야기가 좋아서인가요? 네? 저기─”
그것이 웃을 때마다 강해지는 빛무리는 결국은 따스하고 상냥하게 억지로 뜬 실눈마저 감겨버린다. 그런데도 그것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사랑스러운 반짝임은, 그만큼이나 수다스럽게 대답을 재촉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제 이름은 뭔가요? 꿈인가요? 희망인가요? 어쩌면 제가 헛된 공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으셨나요? 그렇게 생각하느라 저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건 아닌가요? 저런, 무서워하지 않아도 괜찮은데.”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열심히 떠들어댄 주제에, 어느새 굳어버린 입매를 눈치챈 듯 작고 따스한 손이 뺨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거두어진 눈부심 속에서 그것은 살짝 고개를 갸울이며 웃고 있었다.
“나는 당신이 마음먹기에 따라서 뭐든지 될 수 있는 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