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유수落花流水. 떨어진 꽃은 물을 따라 멀리 멀리 닿을 수 없는 곳으로 가버릴지니. 밤 허리 베어 이불 속에 모셔본들 그 청량한 봄 날은 돌아오지 않는다. 파랗던 청록의 하늘은 검붉게 녹슬어 입바람에 녹아버리고, 겨울 가지처럼 메마른 눈물은 아롱지며 틔어올랐다. 어이하여 돌아오시지 아니하십니까. 불러 본들 답이 없다. 내 두 신의 끈이 풀려 멈춰섰으니 내 사람아 조금만 기다려 다오. 허면 어느 누가 답을 하였단 말인가. 홀로 서있는 적막감은 눈雪이 먹은 소리를 듣지 못해 서글프다. 설화雪花 핀 들녘에 주저 앉으면 보드라운 비단치마는 눈밭의 꽃이 된다. 다시는 돌아보지 않을 미몽으로부터 깨어나 님께서 주신 꽃신 신고 밑창이 헤질 때까지 걸어 본 들 눈 앞의 매화 가지 아른거려 멈춰본다. 겨울은 다 져버리고 봄이 피어올랐는데 너 또한 아직도 겨울이로구나. 소매 설풋 접어 들어올린 손으로 가지를 흔들자 쌓여있던 망루忘淚가 흩날렸다. 꽃물 스민듯 붉어진 손 끝으로 얼어버린 꽃망울을 떼어 입 속에 넣어본다. 달디 단 맛에 꽃잎이 활짝 개화하여 향이 난다. 그 입 열어 젖히니 어디선가 나비 한 쌍이 꼬여와 입 속에 앉았다. 그렇게 자리에 매김하여 날갯짓에 숨이 막혀갔다. 고운 향은 숨결 따라 그 어디까지 날아가는가.
경화수월鏡花水月. 거울 속의 백화요란百花燎亂은 결시코 손에 닿지 않고 물 속의 만월滿月은 만지면 이지러진다. 거울을 깨트려 그 한 조각을 손에 넣어본들 베인 살갗이 아려오고 달 한바가지 떠올려 마셔본들 새카만 물이렷다. 공허한 숨에 무엇이 의미인가. 바닥의 핏자욱 위에 손가락을 얹어 주욱 그려본다. 붉은 길 이어지면 그 위로 내 님 따라 오시려나. 차양처럼 기다란 속눈썹 끝에 눈물 한 두 방울 맺히다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손끝으로 문지르면 하늘 위 은하수 되어 펼쳐지니 그 언젠가 함께 보았던 것이 아니더냐. 오늘도 그렇게 드넓은 설원雪園 나 혼자 노니어본다. 사초롱紗燭籠 꺼질세라 품에 고이 안아 모셔가니 이 길의 끝은 어디요 멈추어 쉴 터 있는가. 유성우流星雨 펼치우는 그 아래에 빈 손을 나눠 잡고 불씨를 꺼트린다. 어이하여 이제 오셨소. 아득히 아득히 먼 곳에 물어보니 답이 없다. 다시 보아 기쁘오. 해금奚琴 줄 투둑투둑 튿어지는 소리가 곱디 곱다. 빈 활 입에 물고 금수禽獸처럼 발자국을 즈려놓으니 겨울 눈밭도 보드랍다. 우리 이제 언제 다시 보오. 잡은 것 없는 빈 손으로 물어보나 이제 정말 답이 없구나. 이 먼 길, 언제까지 걸어야 하오. 그대는 어이하여 돌아오시지 아니하십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