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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내리는 눈꺼풀이 새까맣게 밤을 칠한다.

온 신경이 긁어내린 곳마다 숨은 색들이 눈알을 굴리고, 곧 터질 것처럼 이빨을 들이미는 초침이 점점 고개를 숙인다.

어두운 구석에서 나의 잠이 번진다.

악몽은 빽빽하게 나를 겹친다.

겹을 헤치고 나아가도 그 안에서 깰 수 없다. 깨진다.

옭아매는 그 순간에 나는 없다. 나는 순간과 순간의 사이, 아침이 오는 창문 근처로 숨었다.

 

나는 그렇게 활보해왔다.

이불 속으로 들어설 때마다 무언가 빠지는 느낌이 들어 막연했고, 아득했다.

어디론가 떨어질 것만 같은 그 검은 구덩이를, 그 발끝을 바라보았다.

너는 어디서부터 오는 걸까.

매번 기다리며 눈을 감아도 오지 않는 너보다 잠은 먼저 왔다.

가만, 눈을 감았다. 발소리가 들렸다.

초침소리인지도 몰랐다.

그 인기척에 괜히 기대를 걸며, 기다렸다.

다시 잠이 오려고 한다.

네 발 걸음이 가까워져 오는데, 구석에서부터 떨어지고 있다.

발끝이 멀어져 갈 때, 난 꿈속으로 들어선다.

네가 올까 싶은 그 곳에서, 너의 발걸음 소리에 귀 기울인다.

똑, 딱. 말아 쥔 발가락이 땅을 두드리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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